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가 올 상반기에 타결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원산지 규정문제가 세계 섬유산업의 판도를 바꿀 이슈로 떠오르고 있어 우리 정부와 섬유산업계의 긴밀한 대응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TPP는 아시아·태평양 지역경제의 통합을 목표로 추진되고 있으며 체결시 세계 경제의 40%를 차지하는 최대 규모의 자유무역지대가 형성된다. 현재 미국, 일본, 베트남, 말레이시아, 멕시코 등 12개국이 TPP에 참여하고 있으며 우리나라는 지난 2013년 참여하고 싶다는 관심을 표명하고 참여여부와 방식을 고민하고 있다.
코트라(KOTRA)와 업계에 따르면 TPP와 관련해 현재 섬유산업의 가장 중요한 쟁점은 무관세 혜택을 주는 ‘원산지 규정’을 ‘원사기준’과 ‘봉제기준’ 중 어디로 정하느냐다. ‘원사기준’의 경우 FTA 체결국 역내에서 생산한 원사를 가지고 가공해 직물을 거쳐 의류까지 3단계 변형을 거쳐야한다는 것이고, ‘봉제기준’은 직물에서 의류까지 1단계 이상의 공정을 거친 완제품을 원산지로 인정한다는 것이다.
이중 원사기준의 경우 TPP에 참여하는 미국 정부가 강력하게 일관적으로 주장하고 있고 미국이 기존 각국과 FTA 체결시 이 기준을 고수했다는 점에서 채택 가능성이 높다. 한국 섬유기업들은 고급원단이 아니면 중국산을 수입해 사용하는 경우가 많고 한국에서 원단을 생산하더라도 중국에서 수입한 원사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 원사기준 시 TPP에 참여해도 이득이 별로 없다.
한인원단협회 Eugine Kim 회장은 “원사를 비롯한 원단까지 대부분 중국(TPP 미참여)에서 생산이 이루어지고 있어 TPP협정을 활용하기 위해 ‘봉제기준’이 실용적”이라며 “원사로 사용되는 섬유 원료도 중국생산이 증가해 한미 FTA와 마찬가지로 TPP 협정을 활용하기 힘들 것”이라고 전했다.
TPP에 참여하는 일본은 원산지 규정에 따른 ‘봉제기준’ 및 ‘누적기준’을 적용 요구중이다. 원사기준 적용에 대한 대응책으로 동남아시아 생산 체계를 구축하는 선제적인 대응으로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섬유분야 최대 기업인 도레이는 TPP 원사기준 채택의 경우 대미 수출 전략으로 말레이시아에서 생산한 원단을 베트남에서 봉제해 수출하는 수출 확대 전략을 수립했다. 요시나카 유지 도레이 말레이시아 사장은 “향후 해외 거점 생산 품종의 고부가 가치화를 가속켜 부가가치 제품 생산 판매로의 전환을 가속 하겠다”고 밝혔다,
TPP 최대 수혜국인 베트남의 2014년 대미 의류 수출은 89억달러로 전체 의류 수출의 47%를 차지하고 있다. TPP 타결된다면 베트남산 섬유품목에 부과되는 관세가 철폐돼 대미 수출이 2020년까지 200억 달러로 도달할 것으로 보인다.
베트남 정부는 섬유산업 발전을 위해 방적·방직·염색에 특화된 공업단지 및 클러스터를 2020년까지 조성하는 마스터 플랜을 발표하고 있다. 이에 베트남에 진출한 섬유기업들은 TPP 타결을 앞두고 생산시설 확장을 통한 수요증가에 대비하고 있으며, 한국, 중국, 대만, 일본기업들의 대규모 투자가 이어지고 있다.
TPP에 참여하지 않는 중국 정부의 경우 중국 진출 방직 업체들이 베트남 등 TPP참여국으로 공장이전을 계획하고 있어 중국 섬유산업에 큰 타격이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일부 중국 기업들은 베트남, 방글라데시, 캄보디아, 인도네시아 등 생산 공장 이전을 준비 중이다.
코트라 관계자는 “TPP는 협상국 현지에 공장을 둔 기업들에게 이익을 가져다 주지만 관세, 비관세 혜택이 넓어지면 결국 생산 단가와 가격 싸움이 되기 때문에 디자인과 기술 경쟁력 확보에 나서야 한다”며 “우리나라가 TPP에 참여를 하지 않을 경우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으로 원사 생산 공장을 이전하는 등 역내 전체를 서플라이 체인 및 시장으로 활용한 최적 생산배치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우리나라가 TPP에 참여해도 베트남산 원단의 대부분은 품질이 낮아 원사기준이 채택되더라도 원단 소싱을 타국에서 진행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고품질의 원단을 대량으로 생산할 수 있도록 생산체계 정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