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화탄소(CO₂)를 고효율로 흡착할 수 있어 석유화학, 에너지산업 등의 핵심소재로 각광받고 있는 제올라이트를 설계를 통해 합성할 수 있는 방법이 개발됐다.
미래창조과학부(장관 최양희)와 한국연구재단(이사장 정민근)은 홍석봉 포스텍 교수, 신지호 포스텍 연구원, 샤오동 쩌우 스웨덴 스톡홀름대 교수 등 국제 공동연구팀이 제올라이트의 새로운 구조를 직접 설계하고 합성하는 데에 세계 최초로 성공했다고 밝혔다.
제올라이트는 실리콘과 알루미늄 원자가 산소 원자와 정사면체 구조를 이루며 결합된 결정성 물질로, 무수히 뚫려있는 미세한 구멍을 이용해 CO₂를 흡·탈착하는 흡착제로 각광받고 있다. 석유화학 공업의 촉매로 주로 사용되며, 냉매나 천연가스에서 물을 제거하는 흡착제, 공기 분리 공정용 흡착 분리제, 합성수지와 농약, 환경오염의 정화제 공정 등에 널리 쓰이고 있다.
그러나 제올라이트 합성에 있어 재료 및 물의 조성, 합성 온도 및 시간 등 다양한 요인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아직 그 정확한 합성 메커니즘이 밝혀지지 않았다. 이론상으로 3백만 종 이상의 제올라이트 구조가 가능할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현재 알려진 구조는 229종에 불과할 정도다. 이에 소위 운에 따라 우연히 합성이 이뤄지고 있으며 국내에는 원천기술이 전무한 상태다.
이번에 홍석봉 교수 연구팀은 제올라이트의 특정 단위 기본 구조체들이 일정한 규칙을 가지고 더해지면서 제올라이트 구조가 점점 확장될 수 있는 원리를 발견, 합성전략을 세웠다. 이에 세계 최초로 설계에 의해 제올라이트 PST-20(POSTECH no. 20), PST-25 합성에 성공했는데 이들 두 제올라이트는 현재까지 알려진 모든 무기 소재 중 가장 크고 복잡한 구조를 가지고 있어 학계의 큰 관심을 끌고 있다.
특히 PST-20 제올라이트는 기존 제올라이트보다 CO₂를 더 많이, 더 빨리 흡·탈착하는 특성이 있고 100회 반복 후에도 기능이 떨어지지 않는 등 향후 환경·에너지 분야 등에서 뛰어난 CO₂흡착제로 활용이 기대된다.
또한 천연가스산업에서 메탄가스 추출 시 포함된 다량의 CO₂를 흡착해 순수한 가스를 손쉽게 얻을 수 있다. 이에 연구팀은 실용화 기반 원천기술 확보를 위해 현재 세계적인 산업가스회사인 에어프로덕츠와 함께 후속 연구 협의를 진행 중이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홍석봉 교수는 “현재 제약분야에서 분자 설계를 통해 신약을 개발하는 것처럼, 우연이 아닌 특정 용도에 필요한 제올라이트 구조를 예측한 후 설계를 통한 ‘타깃(target)’ 제올라이트의 합성이 가능함을 보여준 첫 사례로 나노다공성 재료분야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한편 이 연구는 미래창조과학부와 한국연구재단의 기초연구사업(리더연구자지원)의 지원으로 이뤄졌으며, 이번 연구 결과물은 세계 최고 권위의 과학 학술지인 네이처(Nature)지 온라인판 7월16일자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