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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0-03-16 21:0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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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대의 위대한 정신적 스승이신 법정 스님이 입적하였습니다. 스님은 세상에 무소유의 가치와 소통을 일깨우고 2010년 3월 11일 오후 1시 51분, 세수 79세 법랍 56세에 입적하였습니다.

스님의 운구가 막 떠난 길상사는 여전히 많은 조문객으로 분주하였지만 경건하게 조문이 이루어지고 있었습니다. 위대한 스승이 떠났음에도 조화 하나 만장 하나 없이 단지 스님의 초상과 향로 그리고 소박한 한지로 된 위패만이 차려져 있었습니다. 그래서 더욱 마음을 다한 조문을 할 수 있었습니다.

스님이 사자 후를 토하였던 길상사는 크지만 스님의 삶과 같이 곳곳이 소박하였습니다. 법당도 설법전도 도서관도 관음보살상도 그리고 앞뜰 조차 단정하였습니다. 길상사로 개원하기 전의 탐욕과 사치의 사바세계가 이렇게 검소하고 질 높은 도량으로 바뀌었음에도 그냥 스쳐 지나듯 무덤덤하게 있었습니다. 경내를 거니는 마음이 저절로 맑아지고 가다듬어 졌습니다.

스님은 청정함이 묻어나는 쉬운 글로 세상과 소통했습니다. 스님의 담백하고 간결한 문장은 잔잔하지만 더욱 오래가는 감동을 주었습니다. 스님의 맑고 향기로운 산문은 우리의 혼탁한 세상을 정화를 해 주었습니다. 스님은 끝없는 소유와 탐욕으로 치닫는 세상에 무소유의 아름다움을 일깨워 주었습니다. 충돌과 갈등의 메마른 정신에 보슬비 같은 윤택한 이치를 제공해 주었습니다. 삶의 가치가 소유와 탐욕과 집착에 있지 않음을 몸소 흐트러짐 없이 실천으로 보여주었습니다.

스님은 자유인이고자 출가하였습니다. 스님의 자유는 소유의 속박으로 부터 벗어남입니다. 스님의 무소유는 아무것도 가지지 않는 것이 아니라 불필요한 것을 버린 것입니다. 그 자리에는 자유와 행복이 채워짐을 보여주었던 것입니다.

스님은 소통을 통하여 자유를 얻었습니다. 세상 간과 소통하고, 자연과 소통하고, 종교 간과 소통하였습니다. 그럼에도 출가 수행자의 본분을 잃지 않았습니다. 스님은 선불교의 기본 정신을 놓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그 진리를 쉽게 전파하였습니다.

스님은 “빈 마음이 곧 우리의 본마음이다. 텅 비우고 있어야 거기 울림이 있다. 울림이 있어야 삶이 신선하고 활기 있는 것이다” 하면서 군더더기 없이 마음의 본성에 이르는 ‘직지심’의 정신을 실천하였습니다.

스님은 참 많이 주어졌음에도 늘 비웠습니다. 많은 것을 소유하였음에도 소유하지 않았습니다. 존경받는 어른임에도 종단의 직책을 갖지 않았습니다. 많은 이가 따랐음에도 향유하지 않았습니다.

스님은 우리에게 현재의 삶에 충실할 것을 강조하였습니다. “삶은 소유물이 아니라 순간순간의 있음이다. 영원한 것이 어디 있는가. 모두가 한때일 뿐, 그러나 그 한때를 최선을 다해 최대한으로 살 수 있어야 한다. 삶은 놀라운 신비요, 아름다움이다” 하며 삶의 고귀한 가치를 설파하였습니다.

스님은 “아름다운 마무리는 처음의 마음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아름다운 마무리는 내려놓음이다. 아름다운 마무리는 비움이다. 아름다운 마무리는 용서이고, 이해이고, 자비”라 하였습니다.

스님은 마지막 가시는 길에서 조차 처음처럼 되돌려 주고 가셨습니다. “화환과 부의금도 받지 말고, 지체 없이 화장하도록 하고, 사리도 찾지 말고, 탑도 비도 세우지 말라”하였습니다. 수의도 없이, 관도 없이 대나무 평상위에 평소 걸치던 가사에 덮인 채 다비 장으로 떠났습니다.

스님은 처음과 끝이 일관되었고, 글과 실천이 한결 같았고, 속과 겉이 진실 하나로 하였고, 그리고 사바와 극락이 다르지 않은 삶을 사신 것입니다. “산이건 물이건 그대로 두라 하필이면 서쪽에만 극락세계랴 흰구름 걷히면 청산일 것을.”(법정스님이 조카 현장스님에게 주었던 偈頌에서)

마찬가지로 성인이 아스라히 먼 역사 속에서만 있는 것이 아닐 것입니다. 눈 돌리면 우리 곁에 위대한 스승이 있었던 것입니다. 위대한 스승은 이렇게 가셨습니다. 동 시대에 우리와 함께 할 수 있었음은 행운입니다.

삶의 진정한 가치가 무엇인지 몸소 보여주심에 감사하고 그리고 돌아가심을 슬퍼합니다. 스님의 육신은 떠났지만 영혼은 '맑고 향기롭게' 피어나 우리 곁에 자리할 것입니다. 생전에도 먼 곳에 살았지만 늘 우리 곁에 가까이 하였듯이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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