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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6-05-02 17:5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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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계 미래 키워드, ‘소통·개방’ 느끼다



지난 4월, 신소재경재신문에서 주관하는 2016 일본 국제용접박람회에 다녀왔다.

4월13일부터 15일까지 2박3일로 진행된 이번 일정은 따뜻해진 날씨와 알찬 계획 덕분에 더욱 전시에 집중할 수 있었다.

첫날, 김포에서 반가운 상견례를 하고 오사카로 향했다.

오사카는 서너 번 방문했던 곳이라 친숙한 느낌이었고 거리의 풍경은 언제나 그렇듯 조용하고 차분했다. 점심을 먹고 인텍스 오사카 전시장으로 향했다.

전시장에는 용접 전처리, 용접 그리고 용접 후처리 전 과정의 재료와 도구 장비들이 전시되어 있었는데, 전시 메인 부스의 주인공들은 단연 로봇들이었다. 인간이 도저히 흉내 낼 수 없는 속도와 정확성은 물론이고 인간의 손이 닿을 수없는 부분까지 다중관절을 꺽어 가며 순식간에 용접작업을 해내고 있었다.

현재 전시수준으로만 판단해보면 용접로봇들이 주인공들이었지만, 만약 용접 전 처리와 후 처리과정까지 본격 도입된다면 인간의 설자리는 더욱 좁아질 것 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4년 전 웰딩쇼에 비해 확실히 많아진 로봇들을 보면서 독일의 인더스트리 4.0같은 움직임도 생각나고 앞으로 이 강철근육들이 용접분야에 어떤 변화를 불러일으킬지 기대 반 우려 반 으로 바라보게 되었다.

로봇을 뒤로하고 용접가스 부문을 살펴보니 다이요닛폰산소 그룹의 ‘산아크’, 이와타니의 ‘실드마스터’, 에어리퀴드의 ‘ARCAL'과 같은 용접 전용 혼합가스 브랜드들의 경연이었다. 이들 브랜드들은 제품의 전문성과 감각적인 용기패키지디자인으로 주목을 끌었고, 가스 뿐 만 아니라 다양한 용접장비 모두를 선보이며, 용접산업을 하나의 카테고리로 묶고 집중하고 있었다.

용접용품 전문업체 야마젠의 슬로건 ‘HEAVY to SMART , HARD to SIMPLE'은 미래의 용접분야가 나가야할 길을 제시하고 있었고, 그 밖의 많은 업체의 캐치프레이즈, 브로슈어에서 확인한 용접분야의 키워드는 ‘스페터 저감’과 ‘용접시간단축’이였다. 이 두 가지를 완벽히 구현하려면 용접환경, 즉 용접작업장 온도나 습도 그리고 쉴드가스가 완벽히 제어되어야 가능하리라 생각되며, 앞으로의 용접산업의 방향은 이러한 조건이 완벽히 구비된 거대한 반도체 공장 챔버 같은 어두운 내부에서 로봇들이 만들어내는 용접불꽃만 보이는 모습이 될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나 철강의 수요가 다른 우수한 소재로 대체되거나 조립방법이 근본적으로 달라진다면 용접이 완전 자동화되더라도 그 미래 역시 밝을 수만은 없을 것이다. 한 예로, 3D 직조기 같은 것이 출현해 옷감을 짜는 동시에 3차원의 옷을 만들 수 있다면 재단과 봉재라는 중간 과정이 사라질 수 있는 것처럼, 지금보다 완성도 높게 금속을 출력해내는 3D 프린터가 등장한다면 절단과 용접이라는 중간과정 역시 생략될 수 있을 것이다.

이와 같은 다른 소재와 다른 제조공법과의 경쟁 그리고 금속과 이종소재와 결합 등 앞으로 용접분야가 해결하고 헤쳐 나가야 할 난관이 많아 보였다.

이틀째 일정의 하이라이트는 ‘다이킨공업’의 방문이었다.

오사카 외곽의 요도가와 공장의 견학이었는데, 상당히 복합적인 감정이 드는 일정이었다.

불소와 연관된 모든 것을 하고 있는 이 회사는 무려 4,000여종의 불소 관련 제품에 대응 가능하다고 밝히며, 솔베이의 불소 사업부도 최근 인수해 덩치를 키우고 있었다.

불소의 원료인 ‘형석’은 전량 중국에서 수입하고 있으며 이곳 요도가와 공장에서는 에어컨도 만들고, 냉매도 만들고, 냉매가스를 태워 모래같이 보이는 불소수지의 원료가루도 생산해내고 있었다.

불소가 치약에만 들어가는 물질인 줄 알았던 나로선 내열, 내화학성이 우수해 적용분야가 매우 다양하고 광범위하다는 것과 제품의 형태 또한 기체, 액체, 고체에 두루 적용할 수 있음을 알았다.

또, 이 회사의 냉동 공조분야가 북미에서 1등을 한다고 했는데 삼성, 엘지에어컨이 최고인줄 알았던 나에게는 신선한 충격이었다. 혹시 아이스크림을 팔기 위해 자사로고가 박힌 냉장고를 주는 빙과업체처럼 냉매를 팔기 위해 다이킨 로고가 박힌 에어컨을 만드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고, 이는 냉매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 아닐까 싶었다.



용접 트렌드 ‘스페터 저감’ 및 ‘시간단축’ 목도

다이킨공업 방문, 제품 아닌 문화 체험 ‘신선’



이처럼 우리나라에선 에어컨 제조가 첨단산업이라고 생각하는 이는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이곳 요도가와 공장 TIC연구센터 사내박물관의 전시물들은 거의 가정용에어컨에 관한 것들이었다. 일본 최초의 가정용에어컨, 상업용 에어컨, 냉동 공조기기들의 실물들과 자료들 그리고 부품 분해도들이 전시되어 있었는데, 첨단의 볼거리를 기대했던 나로선 다소 실망스럽고 의아한 전시구성이었다.

다만 박물관 후미에 전시된 내열, 내화학성이 우수한 자동차, 의료용 불소소재부품들이 관심을 끌었는데, 불소라는 것은 플라스틱, 테프론, 가스와 같은 다양한 종류, 형태의 물질들과도 잘 붙어 다니면서도 자신의 개성을 그대로 발현하는 매력적인 물질이 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번 방문일정은 이들이 자랑하는 TIC연구센터에서 주로 이루어졌는데, 이곳의 외관은 수평루버로 둘러 친 커튼 윌로 마감되어 아름다운 이미지 뿐 만아니라 에너지저감기능을 극대화하고 있었다. 향후 5년 내에 일본 내 흩어져 있는 다이킨의 연구 인력을 이곳으로 다 모을 것이라 했다.

그런데 회사홍보 내용이 시종일관 TIC연구센터의 건축적 아름다움과 공간설계 컨셉, 친환경 기능에 많은 설명과 시간을 할애되어 듣고 있던 나로선 매우 의외였다.

세계적 불소화합물생산회사가 자사 홍보의 많은 부분을 신제품 개발실적, 특허 혹은 신기술이 아닌, 우수한 근무 환경이라든지, 생산공정상의 친환경성, 자유롭게 변화하고 있는 기업문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던 것이다. 베리어가 없는 사무실, 복도에서도 휜히 들여다 보이는 회의실, 외부바이어와 직원들 간의 회의를 위한 개방감을 극대화한 카페테리어, 그리고 지식의 숲 같은 열린 도서관, 또 그곳에 꽂혀있는 화학과 전혀 상관없는 건축, 디자인 관련 도서들. 이런 것들을 보여주고 자랑하고 싶었던 것 같다.

돌아와서 생각해보니 아무리 기초 소재를 생산하는 회사일지라도 미래에는 특허로 장벽을 치고 제품을 팔아 이익을 얻는 시대가 아닌 접속과 소통으로 영향력을 얻고,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과의 협업으로 그 영향력을 지속하는 것이 회사의 미래를 담보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아닌가하는 느낌이 들었다.

한편, 모든 제품이 상향평준화된 소비자 우위의 시대를 맞이하여, 생산자의 개성이 드러나지 않는다면 생산자는 살아남을 수 없다는 얘기도 있다. 그리고 결국 그 개성은 자유로운 조직문화에서 나온다고 한다. 다이킨이 우리에게 보여주고 싶은 것은 다이킨의 세계적인 제품들이 아닌, 자유로운 조직문화를 통해 발현되고 있는 ‘다이킨의 개성’이였던 것 같다.

다이킨의 이러한 시도는 ‘제조도 문화’라는 앞으로 다가올 글로벌 산업계의 변화를 염두 해 두고 있는 듯 보였다.

지금 국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조선, 해운, 철강의 구조조정과 연관하여 체질도 바꿔야하지만 진정 머리부터 바뀌어야 한다는 구조조정의 방향성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한 경험이었다.

마지막 날 일정은 오사카인근 동도사라는 절과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오사카 성의 방문이었다. 일본을 방문하면서 항상 느끼는 것은 건물의 규모가 상상 이상으로 크다는 것이다. 이 목재로 만든 절 역시 그 높이 50미터에 육박하고, 소실되어 없어진 탑의 높이가 70미터에 육박했다는 설명을 듣고 놀랐지만 이 모든 것이 백제의 기술로 이루어진 것이라는 설명에 더 놀랐다. 오사카성 역시, 모습은 그대로였지만, 많은 중국관광객들이 모여 있어 요우커의 힘을 일본에서도 느낄 수 있었다.

4년 만에 방문한 일본의 모습은 더 고요해진 느낌이었다. 언제나 한적하고 깨끗하고 조용한 오사카의 거리를 보면서, 일본 사람 모두가 잃어버린 20년을 체념적으로 받아들이며 집에서 조용히 건담이나 만들고 있는 건지, 아니면 다이킨처럼 머리부터 통째로 바꾸려는 시도들을 조용히 하고 있는 건지는 알 수 없었다. 다만 그 방향성 모를 변화가 안으로부터 시작되고 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과 함께 우리가 너무 늦은 건 아닐까하는 불안감도 들었다.

끝으로 알찬 일정과 편안한 숙박 그리고 현지 업체견학에 이르기까지 많은 지원과 신경을 써주신 신소재경제신문의 고봉길 대표와 임직원 여러분의 노고에 감사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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