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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6-01-05 09:16:02
  • 수정 2026-01-14 16:5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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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소재 표준, 기술을 넘어

첨단산업 초격차 완성하는 출발점”





■기술을 신뢰로 전환, 보이지 않는 기준의 힘


기술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산업의 승부는 눈에 보이지 않는 기준에서 갈린다. 첨단산업의 경쟁력은 이제 단순한 기술 개발 속도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누가 먼저 기술을 확보했는가보다, 누가 더 신뢰받는 기술로 시장에 안착했는지가 산업의 성패를 좌우한다.

수소와 모빌리티, 항공우주, 반도체, 에너지로 이어지는 첨단산업 현장에서 이러한 변화는 이미 분명하게 감지되고 있다. 기술 성능은 더 이상 차별화 요소가 아닌 기본 요건이 됐으며, 그 성능이 어떤 기준과 시험 방법에 따라 검증되고 공인됐는지가 경쟁력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로 자리 잡았다. 다시 말해, 기술의 우수성 자체보다 그 기술을 객관적으로 입증하고 신뢰로 전환하는 체계가 산업 경쟁력을 완성하는 시대에 접어들었다.


그래핀, 탄소나노튜브, 탄소섬유, 인조흑연, 활성탄, 카본블랙으로 대표되는 6대 탄소소재는 경량화와 고강도, 우수한 내열성은 물론 탁월한 전기·열적 물성을 바탕으로 첨단산업 전반의 기술 구조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수소 저장·운송 시스템을 비롯해 전기차와 이차전지, 항공우주 구조재, 반도체 공정용 핵심 소재, 에너지 저장 시스템에 이르기까지, 탄소소재는 이미 대체 가능한 선택지가 아닌 필수적인 기반 소재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이제 탄소소재는 특정 산업을 보조하는 소재를 넘어, 첨단산업의 성능 한계와 경쟁력을 결정짓는 전략 자산으로 인식되고 있다.


최근에는 이러한 흐름이 한 단계 더 진화하고 있다. 개별 소재의 성능을 극대화하는 수준을 넘어, 서로 다른 기능과 특성을 결합한 복합화·다기능화된 융·복합제품의 적용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하나의 소재가 구조적 강도와 경량화, 전기·열적 기능을 동시에 수행하고, 서로 다른 산업 분야의 요구를 동시에 만족시켜야 하는 환경에서 소재 성능에 대한 신뢰성 확보는 더 이상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이 과정에서 표준은 기술을 연구실 수준의 성과에 머물게 하는 경계를 넘어, 산업과 시장으로 확장시키는 결정적 연결 고리로 부상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 탄소산업의 성장 과정을 돌아보면, 표준은 항상 기술 발전의 속도를 온전히 따라가지 못했다. 첨단소재는 소재의 종류와 제조 공정, 적용 산업이 매우 다양해 동일한 물성을 평가하더라도 시험 방법과 조건이 기업과 기관마다 상이한 경우가 적지 않았다. 이로 인해 성능 결과를 객관적으로 비교하거나 신뢰성 있게 제시하는 데 한계가 발생했고, 이는 기술 수준과 무관하게 시장에서 신뢰를 확보하는 데 구조적인 제약 요인으로 작용해 왔다.


해외 시장 진출 과정에서는 이러한 한계가 더욱 선명하게 드러났다.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시험 기준이나 표준이 부재하다는 이유만으로, 기술적 완성도와 별개로 경쟁력을 충분히 입증하지 못하는 사례가 반복돼 왔다.

특히 역학적·열적·전기적·화학적 특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첨단소재의 특성상, 표준은 특정 기술 분야에 일관되게 정립되기보다 여러 표준화기구와 산업 영역에 분산돼 형성돼 왔다. 그 결과, 산업 현장에서는 어떤 기준을 적용해 성능을 검증해야 하는지조차 판단하기 어려운 상황이 빈번하게 발생했고, 이는 기술의 우수성이 시장 신뢰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구조적인 걸림돌로 작용해 왔다.


이로 인해 기술 표준은 산업 현장에서 실제로 작동하는 기준이기보다, 존재는 하지만 현장에서 활용하기 어려운 문서로 인식되기도 했다. 이는 첨단소재 산업이 급속히 성장하는 과정에서 표준이 기술의 신뢰성을 담보하고 시장 진입을 뒷받침하는 도구로 충분히 기능하지 못했음을 의미한다. 기술 초격차를 강조해 오면서도, 그 경쟁력을 떠받쳐야 할 표준 경쟁력은 상대적으로 후순위로 밀려왔던 것이 사실이다.


이제 이러한 인식을 근본적으로 전환해야 할 시점이다. 표준은 기술 개발이 끝난 이후에 따라붙는 행정적 절차가 아니라, 제품 기획과 연구개발 초기 단계부터 함께 설계돼야 할 핵심 인프라다. 최근 수요 산업에서는 단순한 성능 수치 제시를 넘어, 해당 성능이 어떤 시험 방법과 기준에 따라 검증되고 객관화됐는지를 동시에 요구하는 사례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이는 표준이 기술 경쟁력을 보완하는 부수적 요소가 아니라, 기술을 신뢰로 전환하고 시장 진입 가능성을 결정짓는 핵심 요소로 자리 잡았다는 분명한 신호다.


▲ 제품 표준 개발의 필요성




국제표준 부재·기준 혼선, 수요 중심 표준·시험·인증 연결 必

탄소산업진흥원, 현장 작동 기준 설계로 社 글로벌 진입 지원




■기업 수요에서 국제표준 까지, 탄소 표준 설계

한국탄소산업진흥원은 이러한 산업 환경 변화에 대응해, 표준을 단편적으로 개발·보급하는 기존 방식에서 과감히 벗어나고 있다. 기업 수요를 기준으로 한 단체표준 개발을 중심에 두고 시험·평가와 품질인증을 유기적으로 연계한 ‘표준·인증 토탈 솔루션’ 구축을 핵심 전략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는 표준을 만들어 두는 데서 역할을 마치는 것이 아니라 산업 현장에서 실제로 활용되고 작동하는 기준으로 정착시키겠다는 분명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접근이다.


이 체계의 중심에는 언제나 기업이 있다. 진흥원은 산업 현장의 기술 성숙도와 적용 환경, 기업의 실질적인 요구를 반영한 단체표준을 토대로, 이를 국가표준으로 연계한 뒤 국제표준과 사실상표준까지 단계적으로 확장하는 선진국형 표준화 체계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단순히 표준의 숫자를 늘리는 작업이 아니라 제품 기획과 연구개발, 성능 검증, 인증, 시장 진입으로 이어지는 전 과정을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함으로써, 기술이 시장에서 신뢰로 전환되는 구조를 설계하는 데 가깝다.


이를 산업 현장에서 실질적으로 구현하기 위해 진흥원은 전담기관으로서 기업 수요 기반 표준개발을 직접 지원하는 전담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탄소제품 인증 표준시험법 개발 사업과 국제표준개발 지원사업을 통해 6대 탄소소재와 융·복합제품을 대상으로, 소재·쿠폰 단위의 기초 물성 평가부터 제품 단위의 품질 및 신뢰성 평가까지 아우르는 표준시험법을 체계적으로 도출하고 있다. 연구실에 머무는 기준이 아니라 생산 공정과 품질 관리, 인증과 납품 현장에서 즉시 활용 가능한 기준을 만드는 데 초점을 둔 전략이다.


이러한 접근은 기업 수요 발굴, 표준 개발, 시험·인증 연계, 시장 적용, 표준 고도화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형성한다. 표준이 일회성 결과물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축적되고 활용되는 산업 자산으로 기능하면서, 첨단소재 산업 전반의 신뢰 기반을 강화하는 지속가능한 표준 생태계로 확장된다. 이는 개별 기업의 경쟁력을 넘어, 산업 전체의 체질과 구조를 한 단계 끌어올리는 중요한 토대가 된다.


이러한 선순환이 안정적으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표준을 개별 제도로 바라보는 시각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단체표준, 국가표준, 국제표준, 사실상표준은 서로 분절된 제도가 아니라, 기술 성숙도와 시장 확산 단계에 따라 유기적으로 연결돼야 할 하나의 체계다. 기업이 필요로 하는 표준을 적시에 개발하고 이를 지속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첨단소재 산업 경쟁력 확보의 핵심이다. 그리고 이러한 역할은 개별 기업이 감당하기 어려운 영역인 만큼, 공공 전문기관의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러한 역할을 현장에서 구체화해 온 주체가 바로 한국탄소산업진흥원 신뢰성인증팀이다. 진흥원은 표준 개발과 시험·인증 연계를 산업 현장에서 직접 수행하며, 기술이 제도와 시장으로 연결되는 과정을 실질적으로 뒷받침하고 있다.


이는 성능 중심의 표준을 넘어, 지속가능성과 순환경제까지 아우르는 표준 영역 확장이라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필자는 ISO/TC61/SC13(복합재료 및 강화섬유) 전문가로서, 탄소섬유 토우 열전도도 측정법(ISO TS 23483)과 프리프레그 Tack 측정법(ISO TS 23927) 등의 국제표준을 개발했다. 현재는 에코융합섬유연구원과 함께 재활용 탄소섬유 지정 시스템(ISO DIS 19374) 개발을 추진하며, 탄소복합재 산업의 지속가능성과 국제 경쟁력 강화에 기여하고 있다.


또한 나노 분야의 두 기술위원회인 ISO TC229(국제표준화기구 나노기술 기술위원회), IEC TC113(나노전기전자 국제전기기술위원회)의 COSD 및 간사기관 책임자로 활동하며 핵심소재 표준화 기반 강화와 국제 협력체계 구축에 힘쓰고 있다. 아울러 한국탄소산업진흥원 주도로 탄소복합재 및 나노소재 표준 관련 국제 포럼과 워크숍 등의 행사 개최를 통해 국내 기술과 글로벌 표준 논의를 연결하고, 우리 기업과 연구기관이 국제 표준 논의의 주변이 아닌 중심에서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기반을 다져오고 있다.


첨단산업의 초격차는 눈에 보이는 기술 성과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그 기술이 신뢰받고 재현 가능하며, 글로벌 시장에서 통용될 수 있도록 만드는 보이지 않는 기준과 체계가 함께 구축될 때 비로소 경쟁력이 된다.

진흥원은 표준과 시험·인증을 통해 탄소소재 산업의 신뢰 기반을 구축하고, 기술 경쟁력이 시장 경쟁력으로 이어지도록 하는 역할을 수행해 왔다. 탄소소재 표준화는 이제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진흥원은 앞으로도 산업과 함께 호흡하며, 첨단산업 초격차를 완성하는 보이지 않는 기반을 묵묵히 구축해 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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