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가별 RE100 이행장벽 보고기업 수 추이(출처: 클라이밋 그룹ㆍCDP(2025)를 참고해 한경협 재작성국내 기업들의 RE100 이행장벽이 주요국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으로 나타난 가운데, 과도한 전력구매계약(PPA) 부대비용과 제한적인 계약 구조가 재생에너지 전환의 핵심 걸림돌로 지목됐다. 비용 부담 완화와 제도 유연화 없이는 기업의 재생에너지 조달 확대와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 달성 모두 한계에 직면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경제인협회(이하 한경협)는 기업의 원활한 재생에너지 조달을 지원하기 위한 ‘RE100 활성화 정책과제’ 20건을 마련해 20일 기후에너지환경부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이번 건의는 재생에너지 수요 촉진과 공급 확대를 양축으로, 기업의 비용 부담을 낮추고 제도 활용성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
정부가 RE100 산업단지 조성 계획을 발표(’25.9)하고 2035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확정하면서, 기업의 재생에너지 수요는 앞으로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이에 한경협은 재생에너지 공급 여건 개선과 함께, 재생에너지 사용에 수반되는 추가 비용을 줄이는 정책적 지원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클라이밋 그룹과 탄소공개정보프로젝트(CDP)가 발간한 ‘RE100 2024 연례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기준 한국에서 재생에너지 조달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응답한 기업은 70개사로 집계됐다. 이는 미국(20개사)의 3.5배에 달하는 규모로, 2022년 39개사 대비 약 80% 증가한 수치다. 같은 기간 미국과 일본, 중국은 이행장벽 언급 기업 수가 감소하거나 정체된 것과 대비된다.
조달 애로 요인으로는 ‘높은 비용’이 가장 크게 작용했다. 이행장벽을 언급한 기업의 절반 이상(51.4%)이 재생에너지 조달 비용 부담을 핵심 문제로 지적했고, 조달 수단의 제한성도 주요 장애 요소로 꼽혔다.
한경협은 정책과제의 중심 수단으로 전력구매계약(PPA) 제도 개선을 제시했다. 현재 기업이 PPA를 통해 재생에너지를 조달할 경우, 전력 가격 외에도 송·배전망 이용료와 전력산업기반기금 등 추가 비용이 발생해 발전단가의 18~27%를 차지한다.
이에 한경협은 PPA 체결 기업에 대해 전력산업기반기금 면제, 무역보험료 인하 등 인센티브를 부여하고, 국내 재생에너지 경쟁력이 주요국과 유사한 수준에 도달할 때까지 PPA 부대비용을 한시적으로 면제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해외에서도 대만과 영국 등은 망 이용료 할인이나 네트워크 요금 경감을 통해 기업 부담을 단계적으로 낮추고 있다.
또한 제도 접근성 개선도 주요 과제로 꼽혔다. 한경협은 PPA 계약을 맺을 수 있는 사업자의 범위도 넓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관련 고시에 따르면, 직접 PPA 계약을 체결할 수 있는 대상은 고압 전기사용자(300킬로와트(kW) 이상) 등으로 한정돼 있다.
통신 중계기나 건설현장 임시전력 등 소규모 전기사용자는 직접 PPA를 활용해 재생에너지를 조달할 수 없는 구조다. 한경협은 소규모 전기사용자도 직접 PPA 제도를 통해 재생에너지를 조달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 달라고 요청했다.
아울러 계약 구조의 유연화를 위해 ‘N:N(복수 대 복수)’ 방식의 직접 PPA 도입도 제안했다. 현재 허용된 1:1, 1:N, N:1 구조로는 중소·중견기업과 소규모 발전사업자의 참여에 한계가 있는 만큼, 다수의 발전사업자와 전기사용자가 연대해 거래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글로벌 신용평가와 투자 과정에서 기업의 탄소배출 저감 노력이 핵심 평가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며 “우리 기업들이 국제 경쟁력을 유지하면서 재생에너지를 안정적으로 조달할 수 있도록 비용 부담 완화와 제도 보완이 시급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