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UNIST 연구진이 전기가오리를 모방한 적층형 이온 전기셀 구조를 개발했다. 국내 연구진이 전기가오리가 얇은 전기세포를 여러 겹 쌓아 수백 볼트의 전압을 만들어내는 원리에 착안해 외부 자극 없이도 고전압을 안정적으로 생성할 수 있는 원천 기술을 개발하면서, 웨어러블 전원과 차세대 에너지 하베스팅 기술의 활용 범위 확대가 기대된다.
UNIST(울산과학기술원)는 에너지화학공학과 고현협 교수 연구팀스스로 전기를 만들 수 있는 0.2밀리미터의 얇은 전기셀을 개발하고 이 전기셀을 쌓아올려 100V의 전압을 내는 데 성공했다고 21일 밝혔다.
전기가오리는 약 0.1V의 전압을 내는 얇은 전기세포를 다수 적층해 최대 수백 볼트의 전기를 생성한다. 이는 각 세포의 전하 분포 방향이 일정하게 정렬되면서 건전지를 직렬로 연결한 것과 같은 효과를 내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이러한 생체 구조에서 착안해 두께 0.2㎜ 수준의 박막 전기셀을 개발했다. 이 전기셀은 양전하(+) 고분자 박막과 음전하(-) 고분자 박막이 맞닿은 이종접합 이중층 구조로, 외부 자극 없이도 자가적으로 전압을 생성하는 것이 특징이다.
양·음전하 박막이 접합되면 계면에서 전기장이 형성되고, 이로 인해 박막 내부의 양이온과 음이온이 경계면에 집적된다. 이온들이 서로 대치하며 형성되는 전위차는 생체 세포막에서 나타나는 ‘막전위’와 유사한 원리로, 별도의 압력·진동·온도차 없이도 전압을 만들어낸다.
개발된 단위 전기셀 하나는 0.71V의 전압을 기록했다. 이는 동일한 전하 특성을 가진 고분자 박막을 접합한 기존 동종접합 구조 대비 30배 이상 향상된 수치다. 연구팀은 이 전기셀을 전기가오리의 전기세포처럼 적층해 100V 이상의 고전압을 구현했으며, 해당 모듈을 이용해 6W급 상용 LED 전구와 전자계산기, 디지털 손목시계를 실제로 구동하는 데 성공했다.
내구성과 환경 적응력도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단위 전기셀을 3,000회 이상 반복적으로 늘리고 줄이거나, 원래 길이의 1.5배까지 신장시켜도 전압 손실이 없었으며, 적층 상태에서 굽힘과 인장 변형에도 안정적인 출력을 유지했다. 또한 건조 환경부터 상대습도 90%에 달하는 고습 조건까지 성능 저하 없이 작동해, 의류나 피부에 부착되는 웨어러블 기기 적용 가능성을 입증했다.
이번 연구에는 UNIST 에너지화학공학과 이승재 연구원, 이영오 박사, 박철홍 연구원이 제1저자로 참여했으며, 연구팀은 생체 세포막에서 이온 이동에 따라 전압이 발생하는 막전위 현상을 공학적으로 구현해, 고전압 생성이 가능한 전기셀 설계에 성공했다고 설명했다.
고현협 교수는 “별도의 외부 에너지원 없이 소재 내부의 이온 이동만으로 고전압을 생성할 수 있는 원천 기술”이라며 “바람이나 빛, 압력, 온도차에 의존하는 기존 에너지 하베스팅 기술과 달리 외부 자극과 무관해 웨어러블 전원 장치의 유지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의 개인기초연구사업 및 나노·소재기술개발사업 지원을 받아 수행됐으며, 연구 성과는 에너지 소재 분야 국제학술지인 어드밴스드 에너지 머터리얼즈(Advanced Energy Materials)에 지난달 8일 온라인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