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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09-09-08 00:2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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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의 전력망이 새마을열차가 달리는 철도라면 스마트그리드(지능형전력망)는 KTX열차가 달리는 철도다. 신재생에너지가 자동차라면 달릴 수 있는 고속도로는 스마트그리드이다.”

지난달 27일 만난 문승일 서울대학교 전기공학부 교수는 스마트그리드의 역할을 이렇게 간결하고 함축적으로 비유했다. 스마트그리드에 대한 전문가로 널리 알려진 그는 스마트그리드라는 인프라 없이는 저탄소 녹색성장을 이룰 수가 없고 전력산업, 전기자동차산업, 배터리산업, 신재생에너지산업, 통신산업 등 이른바 ‘신성장동력 산업’을 발전시키는 것은 생각지도 못할 일이라고 잘라 말할 만큼 스마트그리드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특히 문교수는 스마트그리드가 우리나라의 ‘새로운먹거리’를 창출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요즘 흔히 스마트그리드를 단순히 전기를 아끼기 위한 것이고 소비자가 전기료가 값싼 시간대를 골라 세탁기를 돌리는 개념으로 생각하는 것은 매우 지엽적이라는 것이다.

그는 “값이 싸다는 이유로 밤 10시에 세탁기를 돌리는 것은 이웃사람에게는 괴로운 일”이라며 웃고는 “한국전력이 1년간 30조원의 전기를 판매하는데 스마트그리드를 설치할 경우 예상되는 전기절감량은 5%다. 고작 1.5조원 아끼려고 60~100조의 투입이 필요한 스마트그리드를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문교수는 스마트그리드가 구축돼 신재생에너지를 이용한 전력으로 충전한 전기자동차가 달리고 스마트 미터 및 AMI(원격검침)로 소비자가 값싸게 Home Automation을 이용하는 등 여러 가지 산업이 융합된 미래모습을 꿈꾸고 있다.

정부는 전체 에너지 비율중 신재생에너지를 11%까지 올린다는 계획을 갖고 있으나 문교수는 현재의 전력망으로는 한계가 드러난다고 지적했다. 그 실례가 1999년 13억여원을 들여 설치한 울릉도 풍력발전기이다. 당시 설치된 풍력발전기의 용량은 600kW 한기였으나 풍력발전의 출력변동이 심해 가동 20일만에 총 발전용량이 11,500kW에 달하는 울릉도 전체를 정전시키고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문교수는 현재 그 당시와 바뀐 것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스마트그리드 없는 제주도의 풍력발전 계획에 불안감을 우려했다. 제주계통 부하는 500MW인데 올해 풍력사업 신청량은 223MW에 달하고 제주도청은 2015년에는 500MW 규모의 풍력사업을 계획하고 있다. 문교수는 “현재는 제주도에서 신재생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율이 높지 않아 문제점이 드러나지 않는 것 뿐이지 그 점유율이 높아지면 정전사고를 피할 수 없게 될 것”으로 예측했다.

그는 전기자동차도 만들어진다고 그냥 달리는 것이 아니다라는 입장이다. 전기자동차가 달리려면 인프라가 먼저 구축돼야 하는데 지금의 전력망으로는 한계가 있다. 스마트그리드가 구축된다면 소비자는 전력공급 네트워크와 요금정산 네트워크를 통해 값싼 가격으로 전기자동차의 배터리를 충전할 수 있고 배터리가 남으면 전기가격이 비쌀 때 팔수 있는 것이다.

이를 통해 낮에 모자라고 밤에 남는 전력소비량을 시간에 관계없이 일정하게 조절할 수 있어 공급자는 발전설비를 늘리지 않는 큰 효과를 보고 소비자는 차익을 얻는 윈윈효과가 발생하는 것이다. 이러한 점 때문에 문교수는 일종의 전기저장 장치로써 배터리가 스마트그리드에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했다.

그는 “당장 배터리가 비싸고 소비자가 귀찮을 것이지만 휴대폰이 처음 나왔을 때랑 비슷하다”며 “지금도 배터리 기술은 급성장하고 있어 대용량·저가격·고품질로 상용화되면 소비자들도 처음에 휴대폰 충전이 불편했지만 곧 익숙해진 것처럼 배터리 충·방전에 익숙해 질 것”이라고 말했다. 또 기업들이 배터리산업에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면 세계적인 스마트그리드 강국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밝혔다.

문교수는 AMI로 인한 생활의 편리함과 AMI가 단순히 전기에 관련되는 것이 아닌 새로운 시장창출을 할 것으로 내다봤다. AMI는 스마트그리드의 정보의 창 역할로써 현재 나눠져 있는 전기·가스·상수도 검침기를 하나로 묶어 정보처리 및 정산을 하고 휴대폰과도 연계해 Home Automaiton을 할 수 있다. 또한 방범시스템이나 응급시스템도 가능해져 소비자는 현재의 인터넷서비스처럼 지금보다 싼 가격에 앞으로 AMI서비스를 많이 이용해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가 창출될 것으로 그는 예상했다.

이러한 스마트그리드의 장점에도 불구하고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우리는 세계적으로 우수한 전력망을 가지고 있는데 스마트그리드가 굳이 필요하냐는 입장으로 일본의 사례와 해킹의 위험성에 대한 지적이다. 문교수는 일본이 소규모 스마트그리드 인 마이크로그리드를 채택했으나 이미 스마트그리드 기술을 확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해킹의 위험성 문제에 대해서도 어느 시스템이나 위험성을 내포하는 것은 마찬가지라며 지금의 전력망이 오히려 위험하다술을 확보하고 만리장성을 예로 들며 “지금의 전력망이 폐쇄적이나 해킹을 당하면 안쪽에서는 막기가 힘들지만 스마트그리드에서는 해킹을 당하더라도 개방적이어서 오히려 부분적인 통제가 가능해 국가안보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꿈이 크더라도 행동하지 않으면 그냥 꿈일 뿐이다. 문교수는 이번에 제주도 구좌읍에 착공된 스마트그리드 실증단지를 ‘역사적인 순간’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세계적인 스마트선도국이 돼 새로운 먹거리를 갖기 위해선 이번 6,000세대를 시작으로 빠른 시간내에 스마트그리드를 제주도 전체, 그다음은 국가전체로 확대해 세계의 주목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오늘이라도 당장 스마트그리드를 시작하고 싶다”는 말로 한번 더 강조했다.

한편 마지막으로 지금까지 계속 전기공학분야를 공부해온 그에게 취업으로 힘들어 하는 이공계 학생들에게 해 줄 한마디를 부탁했다. 문교수는 “공학은 앞으로 넓게 적용 가능한 분야로 미래에 필요한 기술을 중심으로 공부하기 바란다”면서 “130여년전 전기공학자들이 전기를 이용해 세상을 바꾼 이후로 이번에 스마트그리드를 통해 다시 그런 기회가 열렸다. 엔지니어를 위한 잡마켓이 열리는 시대에서 여러분들은 대한민국 산업의 문역할을 해달라”라고 당부했다.

녹색성장위원회 위원으로 청와대, 한전 등에 조언을 하고 대학 강의를 하느라 여름에 어디도 못 놀러갔다는 문승일 교수. 이 때문에 평소 좋아하는 모형비행기가 날지 못하고 교수실 의자에 착륙해 있고 읽고 싶은 책도 책상에 쌓여져만 간다며 웃음짓는 모습에서 일과 취미를 즐기는 학자의 모습도 볼 수 있는 자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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