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동 연구팀이 옥외 직사광 아래에서 냉각 효과를 확인하기 위한 냉각효율 관련 실험을 시연 중이다.

국내 연구진이 추가 에너지 사용 없이 냉각이 가능한 친환경·제로-에너지 냉각 소재를 개발했다.

한국화학연구원(원장 이미혜)은 공동 연구팀이 다양한 분야의 냉각에 활용할 수 있는 친환경 수동 복사냉각 소재를 개발했다고 14일 밝혔다.

이번 연구에는 김용석·박찬일 박사·박초연 학생연구원, 중앙대학교 유영재 교수, 캘리포니아대학교 어바인(UCI) 이재호 교수 등이 참여했다.

이번 기술 개발을 통해 냉각이 중요한 건물, 자동차, 태양전지 등 다양한 분야에 응용해 에너지 사용 없이 효율적인 열관리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더불어 생분해되는 친환경 소재를 활용해 폐기물이 발생하지 않아 친환경 냉각 소재로 널리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수동 주간 복사냉각은 물체에서 자발적으로 발생하는 전자기복사를 이용해, 열을 방출시키고 태양 빛은 반사해 물체의 표면 온도를 낮추는 기술이다. 즉, 낮에도 복사냉각을 유지하기 위해서 태양 빛을 95% 이상 반사하면서 열방출을 용이하게 하는 소재 기술이 관건이다.

지구의 대기를 구성하는 분자들(O2, CO2, H2O 등)은 적외선 영역(0.8－25 μm 파장) 대부분의 열을 흡수하지만, 그중 대기창 영역(8－13 μm 파장)의 열은 오히려 투과시키는 특성을 보인다. 이 대기창 영역에서 물질의 방사율을 제어하면 열 방출을 극대화해 표면을 시원하게 할 수 있다.

기존 수동 복사냉각 소재는 태양광을 반사하기 위해 알루미늄(Al), 은(Ag) 기판 위에 열 방출을 위한 구조체들을 도입해 가격이 비싸고 충격에 약하며 공정이 복잡해 대면적화가 어려웠다. 이에 실제 건물에 응용하기 힘들었고, 분해와 재활용이 불가능해 사용 후에 환경 문제를 일으킬 수 있었다.

이에 공동 연구팀은 별도의 반사층 기판 없이 생분해성 고분자인 폴리락타이드(PLA) 내에 열유도 상분리 공정을 통해 마이크로 크기의 기공 안에 나노 크기의 기공이 계층적 형태로 형성된 구조를 가지도록 설계했다.

기공 구조 제어를 통해 PLA 필름의 태양광 반사율 특성을 조절하는 것은 물론이고, 열복사가 우수하여 낮에도 복사냉각 효과가 뛰어난 신소재를 개발했다.

옥외에서 테스트한 결과, 개발된 복사냉각용 필름은 여름철 직사광 아래에서 주변 온도 보다 9℃ 가량 냉각됐으며, 상용 화이트 페인트보다 냉각 효과가 우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켈리포니아 어바인 대학에서 실시한 시뮬레이션 결과에 따르면, 서울 기준 약 100㎡의 면적을 가진 건물에 이 기술을 적용 시 연간 최대 8.6%의 전력소비를 줄일 수 있어, 우수한 에너지 절감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이번 연구에서 개발된 PLA 필름의 생분해성 평가 결과, PLA 소재 특유의 생분해성으로 최종적으로 분해됨을 확인했다. 향후 상용 페인트를 대체할 경우 건축 폐기물 발생을 줄일 수 있어 경제적·친환경 소재로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공동 연구팀은 “국내 핵심소재 개발을 통해 급격하게 성장하는 수동 복사냉각 시장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화학연 이미혜 원장은 “소재 및 에너지 소자 분야 관련 기업과의 적극적인 협업을 통해 에너지 절감 및 효율적인 열관리를 위한 핵심기술을 선점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결과는 과학기술 분야 국제학술지 ‘ACS Sustainable Chemistry & Engineering’ 올해 5월호 표지 논문으로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