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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4-03-11 15:25:54
  • 수정 2024-03-12 13:3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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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력·자본력·정책 뒷받침 된 日 수소 산업





연소E 사용 및 액화수소 外 흡장금속 발전 가능성 고려

연료전진·생산설비 등 규격화·모듈화 촉진, 적용 분야 확대






지난 2월 27일부터 29일까지 신소재경제신문에서 주관한 ‘H2&FC EXPO 2024’ 참관단에 참여해 일본 도쿄를 2박3일에 걸쳐 다녀왔다.


필자는 8년 만에 일본 수소전시회를 방문하게 됐다. 시간이 많이 지났기에 그간의 수소산업 트랜드 변화와 도쿄 거리, 일본사회의 분위기가 어떻게 변화했는지도 매우 궁금해 이번 일본 전시회 방문이 무척이나 기대됐다.


2월 27일 첫째 날, 인천을 떠나 일본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일본 수소 산업 견학 일정이 시작됐다. 나리타 공항에서 약 1시간을 넘게 달려 도착한 곳은 요코하마에 있는 다쓰노(TATSUNO)의 수소 R&D센터다. 다쓰노는 110년의 주유기 제작 역사를 가진 회사로, 글로벌 주유기 브랜드로서 입지를 공고히 하고 있다. 다쓰노에서는 현재 차세대 주력제품으로 수소충전기를 밀고 있다.


다쓰노 관계자는 한국 내 수소스테이션에 다쓰노 회사제품이 설치돼 있고, 한국 뿐만이 아니라 미국과 중국을 비롯한 80여개의 나라에 자사의 수소충전기 제품을 사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한국이 수소 승용차를 세계에 공급하고 있는 만큼 수소충전소 한국 시장에 대한 큰 기대가 있는 눈치였다.


제품개발을 위한 공장 내 야외 수소충전시험시설도 견학했는데, 이미 시판 중인 수소충전기의 안전성과 효율성을 검증하는 과정을 계속 진행하고 있는 듯해 인상 깊었다. 일본 출발과 견학을 겸한 하루를 마치고, 저녁에는 참관단이 묵는 신주쿠 워싱턴 호텔 근처 일식집에서 대한민국 전국권에서 오신 다양한 산업계 분들과 즐거운 식사 자리를 가졌다.


28일 둘째 날에는 쾌청한 하늘 아래 전시장인 도쿄 빅사이트에 집결해 본격적인 전시 관람을 했다. 기대를 안고 들어간 전시장에서 가장 눈에 들어온 부스는 ‘가와사키중공업’이었다. 가와사키중공업은 ‘HySTRA(CO2-free Hydrogen Energy Supply-chain Technology Research Association)’라는 캐치를 가지고 수소의 생산과 유통을 포괄하는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의 특이점은 수소의 생산을 호주의 빅토리아 주에 위치한 갈탄광산인 로이양 콤플렉스에서 하고 있다는 것인데, 이곳은 탄광 내 화력발전소를 포함하는 6,000 헥타 면적의 광활한 노천광산단지다. 갈탄화력발전과정에서 발생하는 합성가스에서 수소와 이산화탄소를 분리해 정제 및 액화과정을 거쳐 전용액화수소수송선에 선적, 일본 코베 항에 하역하는 9,000km의 긴 여정을 거쳐 일본 국내에 유통하는 시스템이다.


호주 입장에서는 수출도 하지 못하는 무한대의 갈탄으로 화력발전만 하고 있었는데, 일본이 그 설비에서 수소도 만들고 이산화탄소도 포집해주니 호주의 석탄 산업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비록 그레이수소이지만 기존 시설을 이용한 좋은 선례이고, 수소 생산 양도 일본이 몇 백년을 쓰고도 남을 양이라니 그 기회 포착 능력이 부러울 뿐이다. 이러한 일련의 생산유통과정에서 가와사키중공업은 수소액화기술, 액화수소하역터미널, 액화수소수송선, 수소연소엔진 같은 코어를 직접 담당하고 있었다.


▲ 이번 전시회에서 선보인 가와사키중공업의 CO2 캡쳐 시스템 모형


특히 액화수소는 기존 LNG(-162℃) 대비 -253℃의 극저온이므로 가와사키는 액화수소수송선박과 초저온 설비 홍보에 집중하고, 항공 및 육상용 수소연소엔진과 발전용 수소연소터빈을 선보이며 화석연료시대에 가지고 있는 가와사키의 강점을 그대로 응용할 수 있도록 기술방향을 설정하고 있어 흥미로웠다.


가와사키 중공업에 이어 다음으로 눈에 띈 부스는 도요타였다. 도요타는 덴소나 아이신과 같은 자국부품회사와 연합부스를 만들고 다용도 FC 모듈 소개에 치중했다. 완벽한 박스 형태의 이 모듈들은 크기별 출력별로 4가지 종류로 생산돼 승용차 및 상용차에 적용될 수 있도록 설계됐다.


도요타의 FC 모듈의 차별점은 자동차에 이외에 열차, 선박용 파워소스, 다양한 용량의 비상용 발전기 등에 응용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도요타는 자사 FC 모듈에 에어 크리너, 쿨링 디바이스, 수소 공급장치 만 연결하면 바로 약속한 정격출력이 나온다는 개념으로 안전성과 설치용이성, 내구성에 초점을 맞춰 홍보하고 있었다. 또한 이중 한 모델이 도요타 수소자동차 ‘미라이’에도 적용되고 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더불어 부스에서는 도요타연합이 수소생산방식으로 수전해 방식에 대해 홍보하고 있었다. 수전해장치도 작은 박스형태의 400kw스택 하나를 기본으로 12개 묶음(5MW), 또 이 12개 묶음의 4개 묶음(20MW), 이 4개 묶음의 20개 묶음(400MW)과 같은 예를 제시하면서 수전해장치의 대형화를 통한 경쟁력 강화에 초점을 맞춰 소개하고 있었다.


수전해방식의 수소가 운송 비용 절감, 현지 공사의 공사 기간 단축과 비용절감, 품질확보에 유리하다 설명하고 있었는데, 이는 도심 곳곳에 시설이 침투하려면 수소저장탱크보다는 컴팩트한 수전해 스택이 유리하다고 판단한 듯 하다. 또한 이 부분은 수소의 생산방식과 유통방식 측면에서 가와사키가 추구하는 방향과는 정 반대 방향이어서 흥미로웠다.


이번 전시회에서 혼다는 새로운 FC(수소연료전지) 자동차모델을 발표했다. 혼다의 새로운 모델은 세단형이 아닌 SUV 형태의 ‘CR-V FCEV’로, 앞으로 현대차의 넥쏘, 도요타의 미라이 등과 함께 경쟁하게 될 것이다. 특히 혼다의 ‘CR-V FCEV’는 배터리팩 충전 기능을 추가해 이들과의 차별화를 두고 있었다.

새로운 모델을 소개한 혼다 부스에서 주인공은 자동차가 아닌 혼다 FC모듈 프로타입이었다. 이 FC모듈 역시 승용, 상업용, 건설기계용, 발전기용 등의 다양한 용도로 개발되고 있었는데 도요타 모듈과 비교해서는 자동차에 좀 더 특화 돼보였다.


한국에서 재봉틀 회사로 각인된 브라더(brother)는 비상전원용 연료전지유닛을 선보였는데, 단전 시 서버, CCTV, 센서, 사이렌, 통신기지국, 신호등, 역사, 공항 등 필수기능 유지장치의 비상용 전원공급 장치로서 설계돼 있었다.

특이한 것은 이 유닛에 장착된 5리터 정도의 수소저장용기였는데, 고압용기형태를 지니고 있었으나 내부는 수소흡장합금으로 채워져 비 위험물로 인정받고 있다는 점이었다.(10기압미만, 450NL용량) 또한 브라더의 이 제품은 최대 15년간 유지보수가 필요 없고 극저온에서도 정상 작동을 자랑한다. 재봉기, 흔히 미싱이라 불리는 제품을 만들던 브라더의 변신은 정말 놀랍고 부러웠다.


그밖에 기억 남는 기업으로는 소형 수전해 수소발생장치를 선보인 ORION이라는 업체였다. 일반 가정용 정수기크기로 분당 500ml, 0.69MPa, 순도 99.999%의 성능으로, 이걸 어디에 사용하나 했더니, FID검출기, ICP발광분광, 질량분석용가스, 수소흡장합금충진 등의 다용도로 쓰이고 있다고 했다. 주로 수많은 실험실 내에 방치되어있는 수소실린더를 대체할 수 있는 분야에 용처가 많겠다 싶었다.


이 외에 에어리퀴드, 이와타니 등 익숙한 가스업체에서는 자국을 대표하는 대기업들인 만큼 수전해 및 도시가스 개질을 통한 수소생산과 유통, 대중소 및 패키지형 수소스테이션 건설 등의 수소소비설비까지 다 아우르고 있었다. 이밖에 수많은 소재 및 부품업체를 뒤로 하고서 관람일정을 마무리했다.


이번 전시를 보며 느낀 점은 수소를 전기에너지 저장형태로만 보는 것이 아닌 연소 에너지로서의 사용도 적극 고려하고 있다 것이다. 일본에서는 수소의 저장과 운송에 있어 고압용기, 액화수소가스 이외에 수소흡장금속의 발전 가능성 등에 대해서도 열린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었으며, 수소연료전지, 수소스택, 수소생산설비 등의 다양한 규격화 및 모듈화 촉진을 통한 적용 분야가 확대되고 있었다. 또한, 수소생산과 유통 전 공정을 아우르는 업체가 예전보다 많아졌으며, 소재 및 부품 분야에 있어서 독일 및 중국 기업들의 저변 확대 등을 느낄 수 있었다.


전시회 참관 후 다양한 분야의 업체 관계자분들과 저녁자리에서 수소스테이션 하나 짓는데 토지비용을 제하고도 150억 정도 든다는 설명을 들을 수 있었는데 필자의 예상을 휠씬 뛰어넘는 높은 가격에 놀라기도 했고, 한국가스공사와 현대차 수소스테이션 합작법인(하이넷)의 자본잠식 소식도 있어 수소스테이션의 보급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29일 마지막 날에는 요코하마 오다이바 관광을 했다. 코로나 전까지는 매우 활발한 관광지이자 상업지였다는데 코로나 후 아직 상권회복을 못하고 침체되어 있다고 한다. 다만 참관가이드 조병천님의 말에 따르면 동남아시아 관광객들이 많이 늘어 도쿄에서도 호텔 잡기가 쉽지 않을 정도라고 한다. 실제 식당에 동남아 쪽 사람들이 많이 보여 동남아 국력이 많이 올라와 있음을 여기에서 또 한 번 느꼈다.


일본 도로에는 전기 차나 전기버스 같은 것은 거의 보이지 않았고, 간간히 하이브리드승용차만 눈에 띄었다. 그나마 테슬라 정도 눈에 띌 정도였는데 일본은 차세대 배터리 주도권을 확보하기 전까지는 일본 국내 전기차 시장 확대보다는 하이브리드나 수소 차 판매에 더 관심이 있는 것 같다. 도로 위 자동차만 보자면 RE100과 같은 다른 선진국 환경규제의 파고 앞에서 너무 느긋한 것 아니냐는 생각도 들었지만, 일본 산업의 저변에서는 다가오는 수소시대를 착실히 준비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8년 만에 방문한 일본은 마치 회색빛 가득한 쇠락한 재벌 집 같은 모습이었지만, 시장이 원하기만 한다면 이것도 내놓을 수 있고, 저것도 내놓을 수 있는, 기술력과 자본력을 가진 아주 오래된 올드머니 가문의 느낌으로 다가왔다.


경제발전의 조건은 풍부한 자원이나 저렴한 인건비가 아닌 법과 제도와 같은 보이지 않는 것을 믿는 것 이라고 한다. 그래야 보유하고 있는 자원이 법적 담보물이 될 수 있고 그 담보물을 기초로 큰 돈이 투자돼 어떤 일이든 벌일 수 있다고 한다.


이번 전시회에서 수집한 이와타니의 수소공급시스템 설명서에서도 수소설비관련 고압가스규정 소개를 두 페이지나 할애하고 있어 놀랐다. 이를 통해 이와타니의 수소공급시스템이 강력한 법과 제도 위에서 움직이고 있다는 걸 직접적으로 설명하고 있는 듯 했다.


최근 반도체 장비회사 ASML이 대한민국 재생에너지 생산의 불확실성을 한국투자의 가장 큰 걸림돌로 지적했다. 수출도 큰 문제지만 향후 다국적 대기업이 한국에 제조 공장을 세우기 위해서는 충분한 재생에너지 공급이 핵심 이슈가 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도 세계 최초 수소 법을 제정한 나라인 만큼 더 많이 그리고 더 빠르게 분발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또한 2050년 전 세계가 목표로 하고 있는 탄소중립은 수소에너지 없이는 절대 실현될 수 없다고 하는 만큼, 이제 2050년까지 펼쳐질 수소경제가 보이지 않는 미래가 아닌, 이제는 믿어야 할, 앞으로 펼쳐질 현실이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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