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자동차 부품 업계가 정부의 무공해차 보급 목표에 대해 현실적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라며 하향 조정과 함께 미래차 부품 전환을 위한 정책 지원을 요구하고 나섰다.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이사장 이택성, 이하 조합)은 정부가 논의 중인 ‘2035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수송부문 무공해차 보급 목표’와 관련해 자동차부품업계 입장을 담은 성명을 발표했다고 13일 밝혔다.
조합은 △현실을 반영한 목표 설정 △내연기관 부품기업 존폐기로(存廢岐路)와 고용 위기 △HEV·e-fuel 등 다양한 감축수단의 병행을 통한 연착륙 필요성을 호소했다.
먼저 정부가 제시한 2035년 무공해차 보급 목표(840만~980만대, 비중 30~35%)는 국내 산업과 시장 여건을 고려할 때 달성이 극히 어렵다고 지적했다.
특히 980만대 시나리오에 의하면 ’34년부터 내연기관차 판매가 사실상 전면 중단돼야 가능하나, 자동차부품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부품기업의 사업 전환율은 19.9%에 불과했으며, 이 외 72.6%에 달하는 많은 기업이 부품 특성상 사업 다각화 또는 미래 대응에 큰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합은 이러한 현실을 반영해, 550~650만대(20% 내외) 수준으로 목표를 조정하는 것이 산업·고용 충격을 최소화하면서도 국제적 책무를 이행할 수 있는 현실적 대안이라고 제시했다.
내연기관 부품기업 생태계 존립과 고용위기의 경우, 자동차산업은 1만여 개에 달하는 국내 부품기업 중 45.2%(4,615개사)가 내연기관 관련 부품(엔진·변속기·연료·배기계 등)을 생산하고 있으며, 해당 기업 종사자는 전체 고용의 47.2%(약 11만 5천명)를 차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합은 “내연기관 부품기업은 산업 생태계의 근간을 이루는 핵심 축”이라며, “급격한 전환이 추진될 경우 대규모 구조조정과 고용 불안이 가중될 수 있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아울러 이는 곧 자동차산업 기반과 일자리 감소로 직결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조합은 전기차·수소차 중심의 획일적 전환을 지양하고, HEV·PHEV·탄소중립연료(e-fuel) 등 다양한 기술대안을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내연기관이 사용되는 하이브리드차와 e-fuel을 연료로 사용하는 내연기관차를 감축 수단에 포함함으로써 국내 과반을 차지하고 있는 내연기관 부품기업에 전환 대응 기회를 제공하고, 친환경차 부품기업도 탄소중립 목표 달성의 한 축을 담당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독일, 영국, 미국 등 주요국이 과도한 100% 전동화 목표를 미루거나 다양한 대체 기술을 인정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수정하고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한편, 조합은 정부에 자동차부품산업계의 현실적인 여건을 반영한 ‘2035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의 재설정을 역설하며,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네 가지 정책 지원을 요청했다.
첫째는 ‘미래차부품산업특별법의 실효성 확보를 위한 관련 예산의 조속한 반영’이다. 조합은 중소·중견 부품기업이 미래차 재편에 실질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예산 지원의 규모와 범위를 확대하고 전환에 특화된 맞춤형 프로그램(로드맵 수립, 수요기업 연계 등)의 조속한 설계 및 운영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둘째는 ‘미래차 재편 기업에 대한 정책금융 지원 확대 및 요건 완화’로 △미래차 핵심부품 개발 △생산시설 고도화 △기술혁신 지원을 위한 연구개발 및 설비 투자 자금의 포괄적 지원 등을 요청했다.
셋째는 ‘미래차부품 연구개발투자 R&D 자금 지원 확대’로, 기존 미래차 중심의 R&D 예산 확대와 전환기 기업의 현실을 고려한 내연기관과 하이브리드 등 공용부품 관련 R&D 예산 편성을 건의했다.
마지막은 ‘생산기반 유지 및 디지털 전환 지원’으로 △설비투자 세액공제 확대 △전기차 생산 세액공제 도입 △AI 기반 공정개선 △스마트팩토리 고도화 등 국내 기업들의 안정적인 생산 경쟁력 유지 확보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이택성 이사장은 “부품업계가 감당하기 어려운 목표를 견지할 경우 부품 산업 공급 체계의 심각한 영향과 대규모 고용위기가 현실화될 수 있다”며, “국내에서 생산된 전기차 중심의 보급과 다양한 기술 대안을 인정하는 정책으로 현실적이고 지속 가능한 전환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