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극재 시장이 미국의 관세와 기술 전환으로 전환기에 들어선 가운데, 양적인 증설 보다는 공급망과 협력망을 강화하는 것이 필요한 것으로 분석됐다.
SNE리서치가 21일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25년 1~8월 전 세계 전기차(EV, PHEV, HEV) 시장에서 사용된 음극재 총 적재량은 전년대비 37.9% 증가한 81만 6천톤으로 집계됐다. 중국을 제외한 시장은 28.6% 증가한 30만 9천톤을 기록했다.
업체별 순위를 보면 ShanShan(18만 7천톤)과 BTR(14만 4천톤)이 각각 1위와 2위를 차지하며 글로벌 시장을 이끌고 있다. 두 기업은 CATL, BYD, LG에너지솔루션 등 주요 배터리 제조사에 공급하는 폭넓은 고객 기반과 대규모 생산 역량을 동시에 갖춘 점이 강점이다.
그 밖에 △Kaijin(8만 8천톤) △Shangtai(8만 6천톤) △Shinzoom(5만 9천톤) △Zichen(5만 6천톤)도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고, 모두 전년대비 두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하며 존재감을 확대하고 있다.
법인 국적별로는 중국 기업이 전체의 95% 이상을 차지해 절대적 우위를 굳히는 모습이다. 생산능력 확충과 기술 고도화를 바탕으로 지배력이 더 공고해지고 있으며, 전기차 시장 확장과 함께 실리콘 복합 음극재(Si-Anode) 채택이 늘어나면서 주요 배터리 제조사와의 협업도 강화되는 추세다.
한국 기업들의 점유율은 2.4% 수준이지만 포스코와 대주전자재료를 중심으로 주요 셀 메이커와 협력을 넓히며 본격적인 시장 진입을 모색하고 있다. 일본 기업들은 2.2% 점유율로 존재감이 낮고, Hitachi와 Mitsubishi 등은 기존 고객 기반에 의존하는 보수적 전략을 유지하면서 경쟁력이 점진적으로 약해지는 흐름을 보인다.
음극재 시장은 천연, 인조 흑연 수요가 견조한 가운데, 미국의 고율 관세와 전지 기술 전환이 겹치며 전환기에 들어섰다.
’25년 7월 미국 상무부의 중국산 인조흑연 반덤핑, 상계관세 예비 판정 이후 북미 배터리사는 조달 전략을 재설계하고, 미국과 유럽은 비중국계 공급망과 지속가능성 검증을 강화하고 있다. 동시에 실리콘 복합 음극재는 고에너지밀도·고속충전·수명 측면에서 대안으로 부상하며, 미국·한국·유럽 소재사는 상용화 기술과 생산 능력을 빠르게 확장 중이다.
보고서는 전략의 핵심은 규제를 기회로 바꾸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단기적으로 중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합성흑연의 내재화, 북미와 동남아의 생산 거점 다변화가 필요하고, 중기에는 실리콘, 탄소 복합의 수율과 원가 곡선을 얼마나 빨리 낮출 수 있느냐가 핵심이다.
원재료 조달부터 △정제 △전구체 △음극재 △전해액 △분리막 △셀 △팩까지의 연결을 촘촘히 하고, 북미·유럽·아시아를 잇는 협력망을 강화하는 기업이 시장 변동성을 흡수하며 유리한 위치를 선점할 것으로 분석됐다.
보고서는 “2025~27년의 핵심은 양적인 증설 보다는 공급망과 협력망을 얼마나 탄탄히 다듬느냐가 성패를 가를 것으로 예측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