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에너지 정책 후퇴로 글로벌 이산화탄소(CO2) 감축 지연이 불가피한 가운데에서도 중국의 태양광에너지 설비 확대로 글로벌 청정에너지 전환은 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노르웨이 선급협회 DNV는 20일 ‘2025 에너지 전환 전망(2025 Energy Transition Outlook)’ 보고서를 발간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미국의 정책 후퇴로 자국 내 에너지 전환 속도가 급격히 둔화됐지만 전 세계적인 청정에너지로의 전환 흐름은 여전히 견고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에너지 전환 속도 둔화가 글로벌한 진전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며, 오히려 중국을 중심으로 다른 지역에서는 에너지 전환 모멘텀이 더욱 강화되고 있다.
보고서는 미국의 정책 후퇴 및 화석연료 지원 재개로 인해 이산화탄소 배출 감축이 약 5년 정도 지연되고, 연간 배출량이 기존 전망 대비 5~10억톤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중국은 올해 전 세계 신규 태양광 설비의 56%, 신규 풍력 발전 설비의 60%를 차지하며 재생에너지 보급 신기록을 경신했다. 또한 중국의 청정기술 수출은 세계 각지의 에너지 전환을 견인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DNV는 ’50년 에너지 믹스가 화석 연료 51%, 비화석 연료 49%로 구성될 것으로 전망하며 전환 속도가 다소 완만해질 것으로 예측했다. 이에 따라 ’50년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지난해 전망 대비 4% 상향 조정됐다.
DNV그룹의 레미 에릭슨(Remi Eriksen) CEO는 “지금은 에너지 전환을 글로벌 관점에서 평가하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며, “글로벌 에너지 전환은 멈춘 것이 아니라 진화하고 있으며, 청정기술에 과감히 투자하는 지역으로 모멘텀이 옮겨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에너지 안보가 에너지 정책의 핵심 동인으로 부상했으며, 우리의 전망이 보여주듯 이러한 변화가 결과적으로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가속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에너지 안보 정책의 순효과가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에너지 안보 정책이 시행될 경우 전 세계 배출량은 연간 1~2%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예를 들어 ’60년 원자력 발전의 전력 공급 비중은 9%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며, 에너지 안보 정책이 없었다면 이 수치는 3분의 1 낮았을 것이라고 보고서는 밝혔다. 유럽의 경우 수입 화석 연료 의존도를 줄이는 방향으로 전환하면서 ’50년 배출량이 약 9%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보고서에 따르면 인공지능(AI)이 새로운 전력 소비 주체로 부상하고 있으나 ’40년에도 전 세계 전력의 3%만을 소비할 전망이다. 데이터센터의 전력 사용량은 ’40년까지 5배 증가해 전 세계 전력의 5%를 차지할 것으로 보이며, 이 중 3%는 AI, 2%는 일반 데이터센터가 소비할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미국과 캐나다 등 북미 지역에서는 ’40년 전체 전력의 16%를 데이터센터가 소비하고, 이 중 12%는 AI가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50년까지 현재 대비 43%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며, 순 배출 제로(net zero) 달성은 ’90년 이후에야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지구 평균 기온 상승을 1.5°C로 제한하기 위한 탄소 예산은 ’29년에, 2°C 제한을 위한 예산은 ’52년에 소진될 것으로 예상돼, 일시적 초과(overshoot) 없이 1.5°C목표를 달성하는 것은 더 이상 불가능하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전력 부문은 성장과 녹색화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60년까지 전력 생산은 현재 대비 120%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며, 전력의 최종 에너지 수요 비중은 현재 21%에서 43%로 두 배 확대될 예정이다. 또한 ’25년에는 전 세계 배터리 전기차 보급수가 5천만 대를 돌파했으며, 올해 전 세계 태양광 누적 설비용량은 3,000GW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중국의 신규 태양광 설치 규모는 유럽의 두 배 이상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보고서는 태양광 패널과 배터리 가격의 급락으로 가정과 기업이 자체적으로 전력을 조달하는 BTM(Behind-the-Meter) 솔루션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60년에는 BTM이 전 세계 태양광 발전의 30%, 전체 발전량의 13%를 차지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