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난연 필름형 접착제를 형성하기 위해 고밀도 폴리에틸렌(HDPE)과 난연제(ADK), 상용화제(mPAO)를 혼합하고 있다.국내 연구진이 한 번 굳으면 다시는 재활용할 수 없었던 기존 난연 복합소재의 근본적인 한계를 뛰어넘어, 불에는 강하면서도 다 쓴 뒤에는 재활용이 가능한 난연 복합소재를 개발해 모빌리티 부품의 경량화와 자원순환을 동시에 촉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화학연구원은 김진철·정지은·진영재 박사 연구팀이 저가의 저분자량 폴리올레핀 첨가제를 추가하는 것만으로 복합소재의 가공성과 난연성, 재활용성을 동시에 확보하는 ‘자기강화 복합소재’ 제조 기술을 개발했다고 19일 밝혔다.
이번 기술은 전기차 등 차세대 모빌리티에 사용되는 난연 복합소재를 경량화하면서도 사용 후 재활용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기존 자동차 부품과 전자제품 회로기판, 콘센트 등 난연성이 요구되는 분야에서는 열경화성 섬유강화 복합소재가 주로 사용돼 왔다. 열경화성 소재는 한번 굳으면 형태가 영구적으로 유지돼 고온에서도 구조를 유지할 수 있지만, 다시 열을 가해도 녹지 않아 재성형이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이에 따라 사용 후 매립하거나 고온 소각하는 방식으로 처리해야 해 탄소중립 및 자원순환 정책이 강화되면서 대체 소재 개발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연구팀은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열을 가하면 다시 가공할 수 있는 고밀도 폴리에틸렌(HDPE) 섬유와 필름을 겹겹이 쌓아 만든 자기강화 복합소재를 개발했다.
핵심은 중간재 필름에 첨가한 저분자량 폴리올레핀 첨가제다. 연구팀은 하나의 첨가제가 △필름과 섬유 간 접착력 향상 △난연제 균일 분산 △재활용 과정에서 첨가제 제거 등 세 가지 역할을 수행하도록 설계했다.
첨가제는 소재를 부드럽게 만들어 필름과 섬유가 빈틈없이 접착되도록 한다. 실제 필름과 섬유 사이 접착력은 기존 소재보다 약 40% 향상됐다. 또한 난연제 입자가 소재 내부에서 뭉치는 현상을 억제해 균일하게 분산시켰다.
일반적으로 난연제를 고함량으로 첨가하면 강도와 유연성 등 기계적 물성이 떨어지지만, 연구팀은 난연제를 40% 첨가한 조건에서도 기계적 물성 저하 없이 최고 수준의 난연 등급인 V-0 등급을 확보했다.
V-0 등급은 미국 안전규격 기관 UL이 정한 난연 성능 평가 기준 가운데 최고 수준으로, 불이 붙더라도 신속하게 스스로 꺼지고 용융 액적이 주변 가연물에 옮겨붙지 않는 성능을 의미한다.
특히 재활용 과정에서 첨가제를 쉽게 제거할 수 있다는 점이 핵심이다. 기존 상용 첨가제가 적용된 소재는 재활용 과정에서도 첨가제가 40% 이상 잔류해 재생 소재의 물성이 크게 저하되는 문제가 있었다.
반면 연구팀이 개발한 첨가제는 2단계 순차 세척을 통해 90% 이상 제거할 수 있었다. 이를 통해 재활용 후 색상과 강도 등이 새 플라스틱에 가까운 수준의 고순도 재생 원료를 확보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번 기술이 상용화될 경우 전기차를 비롯해 도심항공모빌리티(UAM) 등 경량화와 난연성이 동시에 요구되는 차세대 모빌리티 부품에 재활용 가능한 복합소재를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팀은 향후 산업 적용을 위한 추가 난연 테스트와 반복 재활용 과정에서 난연제가 누적되지 않는지에 대한 후속 연구를 진행할 예정이다. 또한 수요기업과 물성 평가 및 실증연구 협력을 통해 차세대 모빌리티 구조용 복합소재의 실용화를 앞당긴다는 계획이다.
김진철 한국화학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이번 연구는 저렴한 첨가제 하나로 난연 복합소재의 고질적인 난제였던 가공성과 재활용성을 동시에 해결한 결과”라며 “전기차와 도심항공모빌리티 등 차세대 모빌리티 부품의 경량화와 자원순환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는 JCR(Journal Citation Reports) 상위 1% 국제학술지인 ‘컴포지트 파트 비(Composites Part B, IF 14)’에 올해 3월 게재됐다.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전략연구사업, 한국화학연구원 기본사업, 산업통상자원부 소재부품기술개발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