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재료연구원이 개발한 박테리아 표면 전기화학 도금 및 SERS 검출 기술이 박테리아 표면에 금속 나노구조를 형성해 신호를 증폭하고 있다.감염병의 신속한 원인균 확인과 적정 항생제 선택이 중요해지는 가운데 국내 연구진이 극미량의 살아있는 박테리아를 단시간에 검출하고 항생제 반응까지 평가할 수 있는 나노소재 기반 진단기술을 개발해 패혈증의 신속·정밀진단 가능성을 높였다.
한국재료연구원(원장 최철진)은 바이오·헬스재료연구본부 이민영·박성규 박사 연구팀이 박테리아의 표면과 주변에 플라즈모닉 금속 나노구조를 직접 성장시켜, 극미량의 살아있는 세균을 신속하게 검출하는 비표지 표면증강라만산란(SERS, Surface-Enhanced Raman Scattering) 분석 기술을 개발했다고 9일 밝혔다.
패혈증은 감염에 대한 면역반응이 과도하게 나타나 생명을 위협하는 질환으로, 원인균을 신속하게 확인하고 적절한 항생제를 투여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기존 혈액배양 검사는 원인균 확인까지 수십 시간에서 수일이 소요될 수 있어 신속한 진단 기술 확보가 요구돼 왔다.
연구팀은 기존 SERS 기술의 신호 증폭 구조와 박테리아 크기 간 불일치에 주목했다. SERS는 금·은 등 플라즈모닉 나노구조 사이에 형성되는 ‘핫스팟(hot spot)’을 통해 라만 신호를 증폭하는 기술이지만, 핫스팟의 크기는 수~수십 나노미터 수준인 반면 박테리아는 약 1㎛ 크기로 상대적으로 크다.
이에 연구팀은 박테리아를 나노구조 성장의 중심으로 활용해 박테리아가 존재하는 위치에 금속 나노구조를 직접 형성하는 방식을 적용했다. 기존처럼 박테리아가 작은 핫스팟에 맞춰지는 것이 아니라 박테리아 표면과 주변에 핫스팟이 형성되도록 해 박테리아에서 발생하는 라만 신호를 효과적으로 증폭하는 방식이다.
연구팀은 먼저 용액 내 박테리아 주변에 금속 나노구조를 성장시킨 뒤 전기적 방법을 이용해 박테리아 표면에 금속 나노구조를 직접 형성하는 기술로 발전시켰다. 이후 박테리아의 분리·농축과 SERS 신호 증폭을 하나의 기판에서 구현해 극미량 검출 한계를 낮췄다.
특히 필터 기능을 갖는 SERS 기판을 적용해 시료 속 박테리아를 특정 영역에 모은 뒤 주변에 형성된 나노구조를 통해 신호를 증폭하도록 설계했다. 이를 통해 분리·농축과 검출을 하나의 기판에서 수행할 수 있도록 했다.
그 결과 연구팀은 별도의 배양 과정 없이 1~10 CFU/mL 수준의 극미량 살아있는 박테리아를 1시간 이내 검출하는 데 성공했다. 인공지능(AI)을 활용해 8종의 박테리아를 식별하는 것도 확인했다.
혈청과 소변에 살아있는 박테리아를 첨가한 모사 시료에서도 검출 성능을 확인했으며, 살아있는 박테리아에 항생제를 처리한 뒤 나타나는 SERS 신호 변화를 분석해 2시간 이내에 항생제 반응을 평가할 가능성을 제시했다.
이번 기술은 재료연구원이 기존에 개발한 패혈증 관련 단백질 바이오마커 기반 3차원 플라즈모닉 나노구조 바이오센서에서 한 단계 나아가 실제 살아있는 박테리아 자체를 직접 검출하고 항생제 반응까지 평가할 수 있도록 기술 범위를 확장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이민영 재료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박테리아가 존재하는 위치에 나노구조를 직접 성장시키고 분리·농축 기술을 결합해 극미량 검출 한계를 극복한 것이 핵심”이라며 “향후 실제 감염 환자의 혈액에서 원인균을 신속하게 검출하고 항생제 반응을 평가해 패혈증 치료 결정에 도움을 줄 수 있도록 기술을 발전시키겠다”고 말했다.
박성규 재료연구원 책임연구원은 “플라즈모닉 나노소재의 신호 증폭 특성을 박테리아 표면과 주변에 직접 구현해 기존 SERS의 구조적 한계를 극복했다”며 “임상 적용이 가능한 초고감도 감염 진단 플랫폼으로 발전시키겠다”고 밝혔다.
최철진 재료연구원 원장은 “첨단 소재기술을 활용해 감염병 신속진단이라는 의료 현장의 문제를 해결할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소재기술과 바이오기술의 융합을 지원해 국민 건강 증진과 국내 바이오·의료기기 산업 경쟁력 강화에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향후 실제 혈류감염 및 패혈증 환자의 혈액을 대상으로 임상 검증을 진행하고, 원인균 검출과 항생제 감수성 평가를 통합한 신속 정밀진단 플랫폼 개발에 나설 계획이다.
한편, 이번 연구는 산업통상부 소재부품기술개발사업과 재료연구원 기본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으며 관련 지식재산권을 확보했다. 연구 결과는 올해 2월 ‘Chemical Engineering Journal’, 3월 ‘Biosensors and Bioelectronics’, 8월 ‘Small Methods’에 각각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