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년 ODA 주요 항목별 증감률(2024년 대비)(자료:자료: OECD(2026), Preliminary official development assistance levels in 2025(DCD(2026)8)을 바탕으로 산업연구원 작성.)전 세계 공적개발원조(ODA)가 사상 최대 폭으로 감소한 가운데 개발협력의 무게중심이 전통적인 원조에서 투자·개발금융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주요 공여국의 원조 축소가 개발 프로그램까지 위축시키는 상황에서 한국은 개발금융과 제안형 ODA의 실행력을 확보해 새로운 협력 수요를 선점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산업연구원(KIET, 원장 권남훈)이 최근 발표한 ‘공적개발원조(ODA) 축소 동향과 개발협력 재편 과제’에 따르면 2026년 4월 OECD 잠정통계 기준 2025년 DAC 회원국 ODA는 1,743억달러로 전년대비 23.1% 감소했다. 이는 통계 작성 이래 최대 감소폭이다.
특히 개발 프로그램·프로젝트·기술협력의 순 ODA도 26.3% 감소하며 개발협력의 본체까지 위축됐다. 지원 감소는 사하라이남 아프리카(-26.3%)와 최빈국(-25.8%)에 집중됐다.
국가별로는 미국(-56.9%), 독일(-17.4%), 영국(-10.8%), 프랑스(-10.9%), 일본(-5.6%) 등 상위 5개국이 전체 감소분의 95.7%를 차지했다. 미국은 약 380억달러를 줄여 전체 감소분의 75.1%를 차지했다. 독일은 290억9,000만달러로 처음 최대 공여국에 올랐지만 미국과의 격차가 1억3,500만달러에 불과해 최종 통계에서 순위가 바뀔 가능성도 있다. OECD는 2026년 순 ODA도 6.9% 추가 감소해 2014년 이후 최저 수준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ODA 감소와 함께 지원 방식도 변화하고 있다. 2025년 양자 ODA는 26.4% 감소했으며 무상원조는 29.1% 줄었지만 민간지원수단(PSI)은 13.1% 증가했다. 다자 ODA도 12.7% 감소했으나 UN 지원은 27.0% 줄어든 반면 세계은행 지원은 6.4%, 지역개발은행 지원은 11.9% 증가했다.
주요 공여국은 개발협력을 자국 산업·안보와 연계하는 방향으로 재편하고 있다. 독일은 경제협력 촉진을 개발정책 목표에 포함하고 자국·유럽 기업의 사업 참여 기회를 확대하기로 했다. 미국은 USAID를 해체한 반면 DFC 권한을 연장하고 우발채무한도를 600억달러에서 2,050억달러로 확대했으며 에너지·핵심광물·해저케이블 등 투자 분야를 넓혔다. 일본도 협력국의 요청을 기다리지 않고 자국 강점을 반영한 ‘제안형(offer-type) 협력’과 OSA를 확대하고 있다.
한국의 2025년 잠정 ODA는 38억8,000만달러로 감소폭이 2.3%에 그쳤다. 2027년 ODA 요구액도 6조3,084억원으로 2026년 확정액보다 16% 증가했다. 다만 사업 수는 30.4% 줄고 신규사업 비중도 전체 요구액의 2.8%에 그쳐 사업 대형화와 기존 사업 중심의 재원 배분이 진행되고 있다. 교통 분야 비중은 28.2%에서 21.9%로 낮아진 반면 보건과 저소득국 지원 비중은 높아졌다.
문제는 개발금융 활용 수준이다. 한국의 2025년 PSI 실적은 700만달러에 불과해 일본 10억1,900만달러, 영국 7억4,900만달러, 독일 6억7,400만달러에 크게 못 미쳤다. 이에 산업연구원은 개발금융의 통계·보고 체계를 정비하고 위험분담 구조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등 한국형 개발금융의 제도적 안착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국제 규범과의 정합성도 사업 설계 단계부터 반영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또한 제안형 ODA를 위해 기관별 산업정보와 기업 데이터를 사업 발굴 체계에 연결하고 협력국의 산업정책·투자계획과 매칭하는 과정을 제도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업 제안 이후에는 무상원조·차관·민간지원수단 등 다양한 금융수단을 연계해 실제 사업으로 이어지는 실행 경로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임소영 산업연구원 글로벌산업협력연구실장은 “주요 공여국의 철수로 발생하는 원조 공백을 전략적으로 선점하되 단기 경제적 실익에만 집중하기보다 중견 공여국으로서의 위상을 공고히 하고 장기적인 산업 파트너로서 신뢰 기반을 확충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어 “무상원조와 UN 지원은 급감한 반면 민간지원수단과 다자개발은행 지원은 오히려 늘었다는 것은 개발협력의 무게중심이 원조에서 투자·금융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신호”라며 “한국은 단기 경제적 실익만 좇기보다 중견 공여국으로서의 위상을 공고히 하면서 장기적인 산업 파트너로서 신뢰 기반을 확충할 때”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