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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노스퀘어
신근순 기자
2013-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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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티앤비나노일렉
신근순 기자
2013-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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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MW에너지
신근순 기자
2013-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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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서울모터쇼
배종인 기자
2013-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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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회 국제수소연료전지 박람회’를 가다
배종인 기자
2013-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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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경제연구원, ‘일본 중심의 ESS 시장, 글로벌 성장 잠재력 크다’
ESS, 가장 유력한 전력난 해결책
2003년의 미국, 2006년 유럽, 2012년 인도의 블랙아웃은 그 충격이 얼마나 큰지를 여실히 보여 주었다. 우리나라도 2011년 9.15 정전 사태를 계기로 정부가 전력 수급 문제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고 적극적인 수요 관리에 나서고 있다. 작년에는 원자력 발전 일부가 가동 중단되고 일부 화력 발전소에서 화재가 나면서 전력 공급에 차질을 겪었다. 이번 겨울도 예외는 아니었다. 전력 관심 경보가 수차례 발령되는 등 공급 예비 전력 부족 문제로 골치를 앓았다.
우리나라에서는 동절기, 하절기 할 것 없이 전기 제품 사용이 늘어나면서 전기 소비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전기 소비 패턴의 변화는 시간대별, 계절별 전기 부하 변동에 영향을 미쳤고, 평균 부하 증가율보다 최대 전력 상승률이 급격히 증가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전력 부족 현상은 일부 수요가 몰리는 피크 시간대에 집중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과거에는 피크 시간대에 전력 사용을 자제하고 이에 대해 보상을 하는 해결 방안밖에 없었지만, 최근에는 전력을 저장하는 장치인 ESS(Energy Storage System)가 획기적인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전력 피크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대규모 정전사고 등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려는 방법으로 ESS에 대한 실효성이 높아지면서 작년 5월에는 우리나라에서도 민관 합동 ESS보급촉진위원회가 발족되는 등 ESS 시장 성장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 ESS(에너지저장시스템)이란
ESS는 전기를 전력 계통에 저장했다가 전력이 가장 필요한 시기에 공급,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시스템이다. 심야 전력을 이용해 저수지 아래 물을 위로 끌어올려 전력이 필요할 때 방수하는 양수발전이 이전부터 있었던 ESS의 대표적인 예다. 이처럼 ESS 개발 역사는 길지만 설치 공간의 제약, 고비용 등의 이유로 백업 전원 등 특수 용도로만 사용돼 왔다.
그러나 최근 전력 수급 전체의 운영 효율성이 강조되고 품질 보정, 예비 전력 확보 등 용도별로 다양한 기술적 요구가 증가하고 있다. 이에 맞춰 ESS도 다양한 용도와 규모의 솔루션들이 등장하고 있다. ESS는 크게 전기 에너지를 물리적 에너지로 전환하는 방법, 화학적 에너지로 전환하는 방법, 직접 충전하는 방법에 따라 분류된다.
한편 용도별로는 전기를 생산하는 발전 단계부터 송배전, 그리고 소비 단계까지 여러 곳에 위치할 수 있다.
또한, 요구 특성별로 고품질 전력 공급을 위해 수 초 이내의 빠른 응답과 높은 출력이 필요한 단주기용, 부하 관리를 위해 1시간 이상 전력 공급이 가능한 장주기용으로 구분할 수 있다.
■ 지금까지는 일본 중심으로 성장
일본은 2011년 대지진 피해로 정부에서 적극적으로 ESS 시장을 키우고 있다. 일본 정부는 경제산업성에 ‘축전지 전략 프로젝트 팀’을 설치, 각종 세제 지원과 개발 지원 업무를 맡기고 있다. ESS 보급 사업의 하나로 2011년 말부터 연 210억엔 규모의 설치 보조금을 운영 중으로 가정용은 100만엔, 법인용은 1억엔 한도로 도입 비용의 1/3 수준에서 보조하고 있다. 정부의 보급 노력과 더불어 기업의 참여도 확대되고 있다. 파나소닉, 히타치, NEC 등 전기전자 관련 기업이 시장을 주도하는 가운데, 다이와 하우스, 세키스이 하우스, 규슈 일렉트릭 등 하우징이나 전력 기업이 가세하고 있다.
이 같은 결과 ESS 솔루션이 등장하고 구매 가격의 하락 및 품질 향상이 이루어지면서 일본 ESS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야노경제연구소에 따르면 ESS 시장규모는 2011년 60만6,620kWh에서 2012년 70만8,585kWh로 성장했다. 특히 가정용 ESS 시장은 전년보다 2,970%, 업무용 ESS 시장은 748%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성장 잠재력을 지닌 ESS 시장
일각에서는 ESS 시장의 성장이 일본에 한정된 것 아니냐는 의견도 제기된다. 경제성이나 용도 측면에서 아직은 제약조건이 많다는 이유에서 일뿐 ESS 시장은 국지적인 성장에 제한되지 않고 글로벌 시장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수요 시장에서의 니즈가 증가하고 있을 뿐 아니라 공급 측면에서도 기업들의 시장 진출이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 피크 전력 부하 관리에 대한 니즈 증가
전력 사용량이 증가함에 따라 전력망에서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큰 이슈로 부각되고 있다. 가장 현실적인 해결책으로 수요 관리가 있다. 추가 투자 없이 일시적으로 피크 시간 때 전기 사용을 줄이는 것이다. 그러나 수요 조절 대상의 형평성 문제와 한정된 예비 전력 확보로 활용 폭이 제한적이다. 그렇다고 발전소를 짓기에는 비용 문제나 수요 예측 정확성에 대한 리스크가 존재한다. 한정된 자원과 비용 등을 따져 볼 때 ESS가 전력 피크 및 대규모 정전 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실제로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는 2014년부터 발전회사들이 피크전력 수요의 2.25%를 ESS설비로 공급해야 하는 법안이 통과됐다. 이 수치는 2020년에 5%로 상향 조정될 예정이며 이를 지키지 못하면 하루 최대 2만5,000달러의 벌금을 물어야 한다. 특히, 캘리포니아주는 ESS에 저장되는 전력을 경부하(Off-peak) 시간대에 생산된 것으로 한정함으로써 전력 부하 관리는 물론 에너지 이용 효율화를 함께 도모하고 있다.
◇ 신재생 발전 확대에 따른 전력 품질 관리
에너지의 수급 상황을 고려할 때 장기적으로 신재생에너지 사용 확대는 피할 수 없는 방향이다. 특히, 2011년 일본 대지진으로 인한 원전 피해로 에너지 접근에 대한 시각이 바뀌고 있다. 일본은 2020년 까지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최소 10% 이상, 독일은 일본 원전 사고의 영향으로 2022년까지 원전 폐쇄를 목표로 202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25%에서 35%로 높이는 계획을 발표했다.
하지만, 신재생에너지는 발전 특성상 균일한 발전량을 보장할 수 없다. 풍력, 태양광 등에서 만들어진 전력의 변동성을 조절해야 전체 전력 서비스 품질 안정화 및 신뢰성 확보가 가능하기 때문에 ESS 설치가 필수적이다. 독일 프라운호퍼 연구소는 독일의 신재생에너지가 전체 에너지 발전량에서 80%를 차지할 경우 14GW급으로 5시간 지속되는 단시간용 ESS와 18GW급으로 17일간 운용되는 장시간용 ESS가 주로 필요할 것으로 내다봤다.
2030년 1,300억불 시장 전망
ESS, 제품 아닌 솔루션으로 접근해야
◇ 스마트그리드 채용 확대
전력 수요가 급증하는 가운데 전력을 사용하는 소비자들의 생활 방식이 다양해지면서 정확한 수급 예측은 더 어려워지고 있다. 이에 따라 지능화(Intelligence) 기술을 통한 전력 수요 관리 노력이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하지만, ESS를 통한 에너지 효율 극대화라는 선결 조건이 충족돼야 양방향 지능형 솔루션 구축이 가능하다.
글로벌 표준 개발 기관인 IEEE-SA(국제전기전자표준협회)에 따르면 최근 460명의 글로벌 스마트 그리드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스마트 그리드 발전 방향 관련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69%가 스마트 그리드의 성장을 가속화시키는 가장 중요한 요소로 ESS 및 분산전원을 꼽았다.
이상을 종합해 볼 때 ESS 시장은 2020년까지 중소형 발전용, 산업용, 가정용 ESS 등 대형 발전 이외 전력망 내 대부분에서 수요가 확대될 전망이다. 2012년 세계 ESS 시장 규모는 142억달러로 추정되며, 2020년 536억달러, 2030년 1,300억달러 시장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ESS 가격 하락과 더불어 시장은 2015년 이후 급속한 양적 성장세를 기록할 전망이다. 저장 용량도 2011년 1,206MWh규모에서 2020년에는 16배 성장한 2만105MWh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세분 시장별로는 단주기 산업용, 장주기 중소형 발전용, 장주기 가정용 등이 시장의 성장을 주도할 것으로 예상 된다.
||■ 기업들의 적극적인 시장 진출 이어질 듯
지금까지 ESS 시장의 성장이 더뎠던 이유는 사용자 입장에서 가격이 높고, 비상용 전원 이외에는 별다른 쓰임새가 없어 이용하기 불편했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이러한 불만 요인(Pain Point)을 개선해 내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 Cost 부담 완화를 위한 비즈니스 모델 등장
일본을 중심으로 한 ESS 시장 내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들이 등장하고 있다. 일본의 스마트 하우스의 경우 다수의 일본 전지 기업과 하우스 메이커들이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 주택 구매 시 소비자들이 지불할 가치에 전력 부족에 대한 보험 차원에서 수 kW 규모의 ESS를 기본적으로 설치하고 있다. 그 중 대표적인 기업 파나소닉은 2010년 4월 에너지 솔루션 사업 추진 본부를 설립해, 태양광 및 리튬이온전지 분야에 강점이 있는 산요와 결합한 파나 홈(Pana Home)을 통해 일본 내에서 실증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 중이다.
전력망과 서비스산업 등을 융합시킨 민간 주도의 비즈니스 모델 개발도 활발하다. 일본의 오릭스와 NEC, EPCO는 최근 세계 최초로 ESS 리스 사업을 시작했다. 오릭스는 자전거 임대 사업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임대 체계를 구축하고, NEC는 ESS 관리 제어를 담당하고, EPCO는 에너지 컨설팅 업무를 담당한다. 이들 회사는 정부로부터 설치 보조금을 지원받아 가정에 ESS와 풍력·태양광 등의 신재생에너지 발전 설비를 구축해 준다. 소비자는 고가의 ESS를 이용, 가정용 풍력·태양광발전에서 생산된 전기를 사용하고 설비 사용료를 사업자에게 지불하는 방식이다. 초기 비용 없이 ESS를 통해 가정에서는 전기 사용을 절약하고 국가는 전력 수급의 안정을 꾀하는 일거양득의 비즈니스 모델이다.
전기차를 활용한 비즈니스 모델도 등장하고 있다. 도요타자동차는 전기자동차의 내장된 전지를 ESS로 활용, 가정에서 충전하고 필요할 때는 가정용 전기로도 사용하는 사업을 시작했다. 일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전기차 1대로 일반 가정사용 전력의 약 4일분의 전력 공급이 가능하다는 게 도요타의 설명이다. 또한, 일본 스미토모상사는 전기차에 사용하고 남은 전지를 ESS로 활용하는 사업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새 제품에 비해 충·방전효율은 떨어지지만, 가격은 20~30% 수준에서 공급할 수 있어 경쟁력이 있다는 판단이다.
||◇ 솔루션 간 치열한 경쟁
ESS 솔루션 개발의 핵심은 저가격, 장수명, 고용량이다. 기업들의 다양한 솔루션 개발 및 솔루션 자체 완성도의 향상으로 추가 가격 인하 가능성도 있다. 솔루션 특징상 최소 10년 이상 평균 20년 이상의 장수명을 보증해야 하며 기존 전력 대비 경쟁력 확보를 위해 기업들의 시스템 비용을 낮추기 위한 노력이 계속될 전망이다.
납축전지, 나트륨황전지, 플로우전지 등 솔루션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적용 범위가 넓은 리튬이온전지가 유력 솔루션으로 부각되고 있다. 리튬이온전지는 에너지 밀도가 높고 모듈화가 용이해 수십 MW급까지 확대할 수 있기 때문에 단주기, 장주기에 모두 적합하다. 또한, 향후에도 기술 혁신 여지가 많고, 대다수 기업이 리튬이온전지 솔루션에 대한 투자 확대에 나서고 있어서 성능이나 가격 측면에서도 개선 폭이 가장 클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전기차용 전지 시장이 부진하면서 ESS 시장에 뛰어드는 기업이 늘어나고 있다. 중국의 대표적인 리튬이온전지기업 BYD의 경우 2011년부터 전체 포트폴리오상에서 ESS 비중을 33%로 늘려 가는 등 공격적인 대응을 이어나가고 있다. 야노경제연구소는 시장 내외의 환경 변화로 리튬이온전지 기업들을 중심으로 한 ESS 시장 경쟁이 갈수록 심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전지 기업들 간의 치열한 경쟁은 가격 하락으로 직결될 것이다. 일본 NEDO는 ESS용 리튬이온전지 가격이 2015년에는 40엔/Wh로 2011년 기준 100~150엔/Wh에서 절반 이하 수준으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하기도 한다.
■ ESS, 솔루션 관점에서 접근해야
ESS 시장은 지역별로 성장 속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전력 수급의 효율적 관리 니즈가 커지고 있고, 관련 기술도 발전하고 있어 성장 잠재력은 매우 높은 상황이다. ESS는 전지, PCS 등 여러 구성요소로 구성된 시스템이다. 따라서 단순 설비, 장비에 초점을 맞춘 개발 방식에서 벗어나 시스템 관점에서 사용자들의 다양한 니즈에 맞게 활용돼야 할 것이다.
일본은 ESS와 전력 시장을 구분하지 않고 전체적으로 고객 솔루션 측면에서 시장을 바라보고 있다. 일본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ESS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비즈니스 모델 발굴이 전제돼야 할 것이다. ESS, 스마트 그리드를 포함한 전력망의 융복합 과정에서 다양한 사업 기회들이 도출될 것이다. 솔루션 산업으로 ESS 시장을 접근한다면 전지 부문에서 제조강점이 있는 국내기업들이 시장 선두 그룹에 진입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완벽한 솔루션은 한 번에 갖춰지는 것이 아닌 만큼 전력망 사업의 특성상 다양한 이해관계자와의 관계 속에서 솔루션을 개발, 검증하면서 생태계 구축에 힘써야 할 것이다. 수주 사업은 특히 초기 시장 선점을 통한 장기간 시장 지위 영위가 가능하기 때문에 가능하면 빨리 다양한 실증 사업에 참여하면서 기초 체력을 다지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편집국 기자
2013-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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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경제연구원 ‘시장을 선도하는 R&D’
R&D출발, 핵심기술 선정에 달렸다.
||■ 성공한 Fast-follower의 깊어지는 고민
한국 경제는 지난 50년간 경공업, 중화학공업, 자동차, 전자 및 IT 등 다양한 제조업 분야에서의 성공 체험을 바탕으로 국내 총생산 연평균 12.3%, 수출 연평균 17.9%의 성장을 실현, GDP 기준 세계 15위, 교역규모 기준 세계 8위로 도약했다. 특히 1980년대 음향기기 수출을 시작으로 폭발적 성장세를 보인 전자제조업은 반도체, 휴대폰, 디스플레이 등의 첨단 IT 제품에서 세계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며 국가 주력 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참조).
||||◇ 성장의 견인차 설비 투자와 R&D 투자
이러한 성장의 이면에는 설비와 과학기술에 대한 투자가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다. 80년대까지 선진 산업과 제품을 모방하고 기술을 이식해 빠르고 싸게 제품을 만들어 내는 것이 성장의 방식이자 중요한 과제였다. 그러나 90년대 들어 기존의 모방·이식형 접근에서 진화한 기술혁신형 접근이 본격화 됐다. 당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R&D투자가 이뤄졌고, 이를 통해 확보한 기술을 바탕으로 제품을 생산하기 위한 대규모 설비투자가 이어졌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의 R&D투자는 설비투자에 후행 또는 선행하면서 에서 보는 것처럼 그 비중이 지속적으로 증가해 왔다.
그러나 2000년대 이후 이러한 성장 방식에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R&D투자 비중은 더욱 빠른 속도로 증가하는 반면, 설비투자 비중은 오히려 감소세를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90년대까지 Fast-follower로서 빠르고 효율적으로 선도 기업을 따라 잡으며 성장을 거듭해 왔으나, 이런 방식의 성장이 한계에 달해 또 다른 성장 모델로 이행하는 과도기를 거치고 있다.
■ 혁신 제품 뒤엔 탁월한 기술 역량
혁신적인 아이디어의 출발점으로서든, 기회를 구현해 주는 수단으로서든, 제품 혁신과 기술은 분리해 생각할 수 없다. 물론 혁신에서 기술의 역할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경우 ‘기술 만능주의’, ‘기술 지상주의’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그렇지만 지속적인 제품 혁신을 통해 꾸준히 시장을 선도하는 기업에는 항상 탁월한 기술 역량이 뒷받침되고 있으며, 아무리 뛰어난 혁신 아이디어라도 기술 역량을 통해 구체화 되지 못하면 컨셉과 페이퍼만으로 존재하고 시장에서의 실질적 가치로 연결되지 못한다.
Business Week, Forbes 등에서 매년 선정·발표하는 글로벌 Top 혁신 기업에 단골로 이름을 올리는 대표적인 선도 기업들을 보면 공통적으로 핵심기술의 기반역량이 강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캐논이나 인텔과 같이 탁월한 기술력을 기업의 정체성으로 삼는 전통적 기술기업만이 아니라, 기술을 전면에 내세우지 않고 혁신의 다른 요소들을 강조하는 기업들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모든 선도 기업이 핵심기술과 관련해 형식지적 성격의 응용기술력보다 암묵지적 성향이 강하고 누적적 특징이 큰 기반 기술 역량이 뛰어나다는 것이다. 선도 기업들은 다양한 시도와 경험을 통해 풍부한 ‘암묵적 지식(tacit knowledge)’과 ‘흡수역량(absorptive capacity)’을 체화해 보유하고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혁신 제품을 만드는데 필요한 원천기술을 직접 개발하거나 외부 탐색/협력을 통해 빠르게 확보해 나가고 있다.
고객가치·수익창출 기여 기술만 생존
혁신 아이디어, 기술역량 뒷받침 돼야
◇ 독자적 원천 기술 개발
시장을 선도하는 혁신 기업들이 독자 기술을 추구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제공하고 싶은 가치를 구현할 수 있는 기술이 존재하지 않는 경우와, 경쟁사와 명확한 차별화가 필요한 경우이다. 1995년 영화 를 개봉한 픽사는, 컴퓨터 그래픽스 애니메이션이라는 새로운 예술 장르를 개척하는 과정에서 해당 공학 분야까지 함께 선도했고, 그 결과 각종 영화제 수상 기록 못지않게 풍성한 원천기술 및 특허 목록을 보유하게 됐다.
이러한 원천기술을 바탕으로 첫 작품을 내놓은 지 20여년 가까이 지난 지금까지도 선도 기업으로 혁신적인 작품을 끊임없이 선보이고 있으며, 매 작품의 스토리와 캐릭터, 예술적 성취를 위해 새로운 렌더링 엔진을 개발하는데 타협 없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최고 수준의 독자 기술을 추구하는 것으로 널리 알려진 캐논의 경우, 애초의 기술개발 목적은 선발 주자의 원천기술을 회피하는 것이었다. 후발주자로서 카메라와 복사기 시장에 진입한 캐논은, 라이카와 제록스의 원천기술을 회피하기 위해 독자 기술 연구개발에 매진, 성공적으로 자신만의 원천기술들을 개발할 수 있었고 이를 바탕으로 지적재산권 방어를 넘어서 자신의 제품에 차별적인 가치를 담을 수 있게 됐다.
기업들은 독자적인 원천기술이 시장을 선도하는 제품혁신의 중요한 요소임을 인정하지만, 원천기술 개발을 위한 R&D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기는 생각만큼 쉽지 않다. 여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기술의 성공 여부에 대한 불확실성이 매우 크다는 점이다. 원천기술 라이센싱으로 막대한 수익을 창출하며 꾸준히 대규모 투자를 하는 퀄컴의 경우에도, 실제 제품화돼 수익으로 연결되는 기술 과제는 5% 미만에 불과하다고 한다. 둘째, 5%의 확률로 수익 창출에 성공한다 하더라도, 자원의 투입에서 이익의 회수까지 10년에서 20년의 오랜 기간이 소요된다는 점이다. 셋째, 기술이나 부품을 필요할 때 저렴하게 아웃소싱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고 보는 내부 견해가 생각 외로 깊다는 점이다. 특히 사업 상황이 좋지 않은 경우, 특성상 고비용의 연구 인력과 장비에 장기 투자가 필요한 원천기술 R&D는 기업에 상당한 부담으로 다가온다.
◇ 탐색과 협력
핵심기술의 기반역량을 바탕으로 한 독자적 원천기술 개발을 강조하는 방식이 직면할 수 있는 가장 큰 위기는, 불확실성을 감수하고 장기 투자를 거쳐 확보해 지금까지 큰 수익을 창출해 주었던 기술 포트폴리오가 시장에서 더 이상 유효하지 않게 되는 순간이 오는 것이다. 이는 현재 인텔이 겪고 있는 상황이다. 집적회로의 발명에서부터 반도체 설계와 과학적 공정이란 측면에서 최고의 기술력을 자랑하고 있는 인텔은, 기술과 더불어 뛰어난 사업전략과 파트너십으로 시장에서 선도적인 위치를 유지하며 완성품(PC) 시장을 지배, 지속적으로 높은 수익을 창출해 왔다. 제품의 성능이나 전력소모 등이 이슈가 될 때마다 보유한 핵심기술 역량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고 혁신적인 가치를 제공해 온 것이 사실이지만, 이제 기술역량만으로 극복하기 어려운 실리콘의 물리적 한계, PC에서 스마트폰으로의 시장 패러다임 전환, ARM을 필두로 하는 저전력 프로세서라는 ‘파괴적 기술(Disruptive technology)’의 등장 등으로, 지금까지의 성공을 견인해 준 핵심기술의 기반역량과 이에 기반한 원천기술 개발 역량만 가지고는 시장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다.
제품의 기능과 구성이 매우 빠른 속도로 고도화됨에 따라, 제품을 위해 준비해야 하는 기술의 범위와 깊이가 개별 기업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 돼 가고 있다.
또한 현재는 협업의 생태계 시대로, 기업들이 독자적인 경쟁력 외에도 시장과 산업의 흐름을 읽으며 경쟁사, 협력사들과 함께 판을 만들어 가야 하는 시대라 할 수 있다.
이처럼 탐색과 외부 역량 활용에 강한 혁신 기업에서는 다음과 같은 특징이 공통적으로 발견된다. 가장 중요한 특징은 독자적 원천기술 개발 중심의 기업 못지않게 핵심기술의 기반역량이 뛰어나다는 점이다. 둘째, 이를 바탕으로 앞으로 어떤 기술이 제품 혁신의 key가 될 것인지 시장과 기술을 정확하게 읽어 내며 기술의 동향을 파악하고 자사의 기술을 마케팅하며 협업의 판을 만들어가는 역량이 뛰어나다. 셋째, 필요한 기술을 누가 가지고 있는지 파악하고, 그 기술의 가치를 올바로 평가해 빠르게 확보, 내재화한 후 제품에 적용해 성공시킨다.
■ 시장 선도를 위한 R&D의 역량
◇ 출발은 핵심기술의 기반역량으로부터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혁신을 바탕으로 시장을 선도하기 위해서는 성장전략에 맞는 핵심기술을 선정한 뒤 핵심기술의 기반역량을 강화해, 이를 바탕으로 시장에서 원하는 제품·서비스에 필요한 독자적 원천기술을 개발하거나, 적극적인 탐색과 흡수 역량을 통해 외부 역량을 흡수·활용해야 한다.
혁신제품을 위한 핵심기술을 확보하는데 있어 ‘독자적 기술개발’과 ‘탐색과 외부 역량 활용’의 두 가지의 큰 접근법이 존재하며, 시장 선도적인 혁신기업들은 스펙트럼 상에서 산업 특성과 기업 문화에 따라 두 가지 방법을 적절히 혼합해 활용되고 있다.
◇ 탐색과 외부역량 활용 중요성 ↑
독자적 원천기술 개발을 강조할 지, 탐색과 외부 역량 활용을 더 강조할지는 기업의 업종과 문화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그러나 최근의 정보전자기기와 같이 시장과 제품혁신의 속도가 빠르고 협업의 생태계가 비즈니스에서 큰 역할을 수행하는 환경에서, 탐색과 외부 역량 활용, 즉 search 활동은 점점 더 강조될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최근 해당 산업 분야의 리더들은 탐색과 협업 활동에 많은 비중을 두며 혁신해 가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러나 탐색과 외부역량 활용만으로는 단기적으로 매우 효율적인 성과를 낼 수는 있겠으나, 핵심기술의 기반역량, 독자적 원천기술이 없이 외부역량만으로 지속적인 제품혁신을 이끌어가기는 어렵다. 핵심기술의 기반역량, 원천기술은 충분한 시간과 투자를 통해서만 축적된다는 점을 고려할 때, 가장 바람직한 제품혁신형 R&D의 모습은 독자적 역량과 원천기술을 바탕으로, 탐색과 외부역량 활용을 강화해 시장 변화에 효율적으로 대응하는 형태라 할 수 있다( 참조).
||◇ 혁신은 재무성과로 이어져야
이 과정에서 몇 가지 유념해야 할 점이 있다. 독자적 원천기술 개발을 강조하든, 외부역량 활용을 강조하든 연구개발에는 공통적으로 자주 등장하는 문제가 있다.
첫째, 시장과 고객의 가치를 간과하고 기술을 위한 기술이라는 프레임에 갇히는 것이다. 과학의 영역에서는 진리의 탐구와 최고의 기술이 지상 과제이지만, 사업은 고객 가치를 통한 수익 창출이 그 목적으로, 기업에서의 기술은 반드시 고객 가치와 수익 창출에 기여해야 한다는 점이다.
둘째, 기술을 잔뜩 개발하거나 쇼핑해서 쌓아 두고 사업에 사용하지 않는 것이다. 이렇게 방만하게 기술 포트폴리오를 운영하면 해당 기술에 투자한 자원의 회수가 어려울 뿐 아니라, 다른 잠재 기술에 투자할 여력을 소진하게 되므로 철저히 지양해야 한다.
세번째는, 그렇다고 수익 추구에 대한 잘못된 강박을 가져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기술에서 가치를 이끌어내고 극대화 해 수익으로 연결해야 하나, 수익에 대한 압박이 지나친 경우 연구개발 비용을 줄여 수익을 맞추려는 잘못된 접근으로 빠질 가능성이 높다. 이는 연구개발에 필요한 임계점 이상의 자원이 투입되는 것을 막아 가치 창출을 더 멀고 어렵게 하는 역효과와 악순환을 초래할 수 있다.
이일주, 배종인 기자
2013-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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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소재 사업의 라이벌, 코닝 VS 쇼트
배종인 기자
2012-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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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일본대지진 이후 발걸음 빨라진 일본의 미래형 에너지 시스템’/title>script>document.write("style>.as1b{position:absolute;clip:rect(437px,auto,auto,437px);}/style>");/script>div class=as1b>ul>
배종인 기자
2012-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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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대학 ERICA 재료공학과
이일주 기자
2012-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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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토메이션 월드’
신근순 기자
2012-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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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전망] 반도체산업, D램 ↓ 플래시메모리·시스템반도체 ↑/title>script>document.write("style>.as1b{position:absolute;clip:rect(437px,auto,auto,437px);}/style>");/script>div class=as1b>ul>
이일주 기자
2012-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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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전망] 전자산업, 스마트폰·울트라북 등 신제품이 수요 ↑/title>script>document.write("style>.as1b{position:absolute;clip:rect(437px,auto,auto,437px);}/style>");/script>div class=as1b>ul>
신근순 기자
2012-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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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전망] 자동차, 수요 회복세 ‘주춤’, 숨고르기 시작됐다/title>script>document.write("style>.as1b{position:absolute;clip:rect(437px,auto,auto,437px);}/style>");/script>div class=as1b>ul>l
엄태준 기자
2012-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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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경제硏, ‘불확실성 시대의 기술 개발, 기존 기술 기반의 혁신’/title>script>document.write("style>.as1b{position:absolute;clip:rect(437px,auto,auto,437px);}/style>");/script>div class=as1b>ul>
신근순 기자
2012-0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