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左)Advanced Energy Materials 학술지 표지 (右)기존 촉매와 초박막 수산화물 코팅을 적용한 개발 촉매의 구조 비교 및 1,000시간 장기 운전 안정성 평가 결과. 개발 촉매는 코팅층이 촉매 성분의 용출을 억제해 장시간 안정적인 성능을 유지했다.국내 연구진이 수전해 촉매 표면에 머리카락 굵기보다 수천 배 이상 얇은 초박막을 입혀 수소 생산 성능과 촉매 내구성을 동시에 높이는 기술을 개발했다. 기존 고성능 촉매의 활성과 내구성이 서로 반비례하는 한계를 간단한 표면처리 기술로 개선해 고효율·장수명 수전해 시스템의 대면적·산업용 적용 가능성을 높였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한국재료연구원(KIMS, 원장 최철진)은 에너지·환경재료연구본부 수소·전지재료연구센터 양주찬 박사 연구팀이 포항공과대학교(POSTECH) 기계공학과 안지환 교수 연구팀과 공동으로 수전해 촉매 표면에 약 5나노미터(nm) 두께의 니켈·철 기반 수산화물(NiFe(OH)x) 초박막을 코팅해 촉매 활성과 구조 안정성을 동시에 높이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7일 밝혔다.
수전해는 물에 전기를 흘려 수소와 산소로 분해하는 기술로, 재생에너지와 결합하면 탄소 배출을 줄이면서 수소를 생산할 수 있어 친환경 수소 생산의 핵심 기술로 꼽힌다. 특히 물에서 산소가 발생하는 산소 발생반응(OER)은 반응 속도가 느려 높은 반응성을 갖는 촉매가 필요하다.
페로브스카이트 촉매는 우수한 반응 성능을 확보할 수 있지만 장시간 사용하면 촉매를 구성하는 금속 성분이 용출되면서 구조가 무너지고 성능이 저하되는 문제가 있다. 반응 활성을 높이면 촉매의 안정성이 떨어지고, 반대로 장기 안정성을 높이면 반응 성능이 낮아지는 ‘활성-내구성 상충관계’가 수전해 촉매 개발의 핵심 난제로 지적돼 왔다.
연구팀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페로브스카이트 촉매 표면에 약 5nm 두께의 NiFe(OH)x 초박막을 형성했다. 코팅층 두께는 머리카락보다 수천 배 이상 얇은 수준이다. 특히 촉매를 용액에 담갔다가 건조하는 간단한 방식으로 초박막을 형성할 수 있어 복잡한 장비나 고가의 공정 없이 기존 촉매 표면의 특성을 개선할 수 있다.
이 기술의 핵심은 초박막 코팅층이 단순히 촉매를 감싸는 보호막에 그치지 않고 산소 발생반응을 촉진하는 ‘활성층’ 역할까지 한다는 점이다. 코팅층과 기존 페로브스카이트 촉매가 맞닿는 계면에서 전자의 이동이 원활해지면서 산소 발생반응이 빨라지고, 동시에 반응 과정에서 생성되는 물질이 촉매 내부로 과도하게 침투하거나 촉매를 구성하는 금속 성분이 빠져나가는 현상을 억제한다.
연구팀은 실시간 분석과 이론계산을 통해 이 같은 초박막 코팅층의 작동 원리도 규명했다. 촉매를 구성하는 금속 성분이 녹아 나오는 ‘용출’과 다시 촉매 표면에 붙는 ‘재침착’ 사이의 균형이 유지되면서 장시간 작동에도 촉매 구조가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것을 확인했다. 이에 따라 촉매의 높은 반응 성능과 장기 내구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었다.
실제 수전해 장치를 이용한 성능 검증에서도 효과가 확인됐다. 연구팀은 음이온교환막 수전해(AEMWE) 장치에서 초박막 코팅 촉매가 기존 촉매 대비 약 1.9배 높은 성능을 나타내는 것을 확인했다. 또한 1,000시간 동안 장기 운전한 이후에도 초박막 코팅층이 안정적으로 유지돼 장시간 사용에 따른 촉매 구조 열화를 억제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
이번 연구는 기존 촉매의 성능을 높이는 데 그치지 않고 촉매 활성과 수명을 동시에 향상시키는 계면 설계 원리를 규명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특히 용액 기반의 간단한 표면처리 공정을 적용할 수 있어 대면적 전극으로 확대하기 용이하며, 향후 산업용 수전해 시스템에도 적용할 수 있는 확장성을 제시했다.
이를 통해 고효율·장수명 수전해 시스템 개발을 앞당기고 친환경 그린수소의 안정적인 생산과 보급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나아가 이번 표면공학 기술은 수전해뿐만 아니라 다양한 전기화학적 에너지 변환 시스템에서 촉매의 활성과 안정성을 동시에 높이는 기술로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
양주찬 KIMS 책임연구원은 “이번 연구는 기존 고성능 촉매를 새롭게 만드는 대신 간단한 표면처리로 한계를 보완할 수 있는 실용적인 접근법을 제시했다”며 “향후 대면적 전극과 실제 수전해 시스템으로 기술을 확대해 그린수소 생산의 효율과 안정성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안지환 POSTECH 교수는 “촉매 열화의 원인을 분석하고 이를 억제할 수 있는 계면 설계 전략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이번 표면공학 기술은 수전해뿐만 아니라 다양한 전기화학 에너지 변환 시스템의 촉매 안정성을 높이는 데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국가과학기술연구회, 한국연구재단 및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의 국가연구개발사업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의 슈퍼컴퓨팅 인프라를 활용해 이론계산 연구도 진행됐다.
또한 연구 결과는 에너지 분야 세계적 학술지 ‘어드밴스드 에너지 머티리얼즈(Advanced Energy Materials, IF 25.5)’에 게재됐으며, 연구 성과의 우수성을 인정받아 해당 학술지 뒷표지 논문으로 선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