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1월1일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시행을 앞두고 업계별 배출권 규모가 확정됐다. 도입 초기부터 산업계의 반발이 거셌던만큼 정부는 당초 계획보다 배출권 규모를 늘리고 패널티를 완화했다고는 하지만 업계는 아직도 적다고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반면 정책결정 과정에서 배출권 할당량 확대와 기준가격 하락 등 기업의 입김이 크게 작용하면서 제도 도입 의미가 크게 퇴색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환경부(장관 윤성규)는 지난 11일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시행을 위한 ‘국가 배출권 할당계획’을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최종 확정했다. 배출권거래제는 기업별로 온실가스 배출량 규모를 할당하고 이를 초과할 경우엔 배출권을 구매하거나 과징금을 내야하는 제도다.
계획에 따르면 내년 1월부터 2017년까지 3년간 시행되는 1차년도 배출권거래제의 총 수량은 약 16억8,700만KAU(톤CO₂)다. 이는 기존에 가장 완화된 내용으로 논의된 안보다 4,400만KAU가 늘어난 양이다. 이중 약 15억9,800만KAU는 계획기간 전 배출권거래제 대상기업(526사)들에게 사전 할당되는데 이들 기업들은 우리나라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66%를 차지하고 있다.
업종별로 할당량이 많은 곳은 발전·에너지, 철강, 석유화학 순으로 나타났다. 발전·에너지업계는 전체 배출권 중 43%에 해당하는 총 7억3,585억톤CO₂를 확보했고 뒤이어 철강업계는 2번째로 많은 3억377만톤(18%)을 할당받았다.
이에 철강업계는 당초 업계 예상량보다 약 3,600만톤 적은 할당량을 받았다며 재조정을 요구하고 나섰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이번에 배정받은 할당량이 확정될 경우 내년 조강생산량도 당초 예상대비 700만톤 적은 6,900만톤에 그칠 것이라는 것.
또한 할당량 부족분을 시장가격(1만원)으로 구매시 3년간 3,653억원, 과징금(3만원) 납부시 1조958억원의 추가 부담이 발생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발전업종이 배출권 구매부담을 전기요금에 전가시킬 경우 철강업계가 부담해야할 전기요금은 3년간 920~2,760억원으로 추산되고 있다고 밝혔다.
발전업계도 배출권을 가장 많이 확보했다고는 하나 전기료 상승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소속 이채익 의원이 지난 12일 한국전력으로부터 제출받은 국감자료에 따르면 1차년도 배출권 할당량에 맞춰 배출권(1만원 기준)을 구입하기 위해선 총 1조3천억원의 비용이 발생한다. 이에 2017년까지 전기요금을 총 2.6% 올려야 하는데 이는 매년 1가구당 전기요금이 3천원 늘어나야 한다는 의미다. 최근 산업계 전기요금 상승률이 가파른 것을 감안하면 산업계의 부담은 가중될 전망이다.
기업들의 배출권 확보전쟁은 이제 시작이다. 환경부는 내달 14일까지 해당 기업들로부터 배출권 할당 신청서를 접수받아 기업별 배출권 할당량을 오는 11월 확정할 계획이다. 기업의 이익이 걸린만큼 산업계 및 학계의 민간 전문가로 구성된 공동작업반을 구성하고 할당지침을 토대로 할당의 객관성과 공정성을 기할 예정이다.
그러나 업체의 과거 온실가스 배출실적이 할당량 산정의 주요 기준이 되느니만큼 배출량 산정시스템과 감축기술이 미비한 중소업체들이 상대적으로 불리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또한 정부가 할당계획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이해 당사자인 철강, 석유화학 등 업계 관계자를 배제시켰다는 주장이 나오는 등 불신의 벽을 어떻게 넘느냐도 과제다.
정부는 산업계의 부담완화를 위해 배출권 거래 기준가 1만원으로 하향 설정, 1차 계획기간간 100% 배출권 무상할당, 수출주력 업종 대상 지속 100% 무상할당 등을 마련했다. 이에 환경단체들은 이와 같은 기업 봐주기가 제도 도입 취지를 무색하게 하고 기업들의 친환경공정 도입 노력을 막을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모든 당사자들을 만족시키는 규제는 없다고 하지만 배출권거래제는 모두가 반대하는 규제가 되고 있다.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비용효과적으로 달성하고, 저탄소 산업을 육성한다는 제도의 당초 취지를 살릴 수 있을지 1차년도 사업 추진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