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춤 생산이 가능한 3D프린팅이 개인 맞춤형이 필요한 의료용 소재부품, 장비, 의료기기 등 제작에 널리 적용되고 있는 가운데 더욱 다양한 분야에 적용을 위해 협업과 교육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모아졌다.
한국3D프린팅협회(협회장 최진성 SK텔레콤 종합기술원장)는 지난 28일 을지로 SK-T타워에서 ‘제2회 3D프린팅 메디컬데이’를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는 홍문종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백기훈 미래부 국장, 최진성 협회장, 박창일 건양대의료원장 등 산학연관 관계자 200여명이 참석했다.
이번 행사는 실제 의료현장에서 3D프린팅 기술을 적용해 새로운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교수와 의사들의 생생한 경험담이 소개돼 청중들의 관심을 끌었다.
조주영 분당 차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3D프린팅을 이용한 소화기 내시경 영역에서의 진단 및 치료’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의료용 3D프린팅 적용 분야는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거창하지도 않고 앞으로도 다양할 것임을 강조했다.
소화기 내시경 끝에는 엄지손가락만한 원통형 플라스틱 캡(Cap)이 끼워져 있다. 이러한 소형 의료부품도 국산을 기피하는 의료계의 분위기 탓인지 일본 등 값비싼 수입산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이들 수입산 캡의 모양과 재질은 획일화돼 있어 다양한 환자 특성과 질병에 대응하지 못하고 부작용을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조주영 교수는 2~3년 전부터 3D프린팅 기술을 적용해 소화기 수술에 필요한 식도용·ESD용·협착용·터널용 내시경 캡을 개발했고 이를 통해 환자맞춤형 수술이 가능해지면서 합병증을 최소화하고 있다. 또한 상품성 있는 캡은 임상실험 후 대량생산이 가능해 제조원가도 절감이 가능하다.
조 교수는 “3D프린팅은 Over Tube, Stent, 전기 부속장비 등 수술장비에 활용할 분야가 다양하다”며 “수술 후 협착이 오지 않게 줄기세포를 통한 소화관 장기이식에 가장 큰 관심을 두고 있다”고 밝혔다.
의료용 3D프린팅 확산을 위한 제언도 이어졌다. 김정성 건양대 의료신소재학과 교수는 ‘골 및 관절기능 대체 기술개발 사례’ 주제발표를 통해 금속 3D프린팅기술로 인공 고관절을 만들고 있는 사례를 발표했다.
김정성 교수는 국내 금속 3D프린터 기업인 인스텍과 함께 레이저 생체소재 코팅기술을 통해 타이타늄합금 소재의 뼈대에 순수 타이타늄을 DED(Directed Energy Deposition) 방식의 3D프린터로 코팅, 인공고관절을 제작했다. DED방식은 현재 대다수 금속 3D프린터 장비를 차지하고 있는 PBF(Powder Bed Fusion) 방식보다 정밀성은 떨어지지만 코팅을 통해 강도를 확보할 수 있어 인공관절 제조에 널리 사용되고 있다. 김 교수는 매년 5~6만명이 하고 있는 무릎관절 수술에 사용할 수 있는 맞춤형 반치환 인공슬관절을 개발 중이다.
3D프린팅기술을 의료분야에 확산하기 위한 방법으로 김 교수는 의료기기 허가신청시 각 건별로 허가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변수를 통제, 설계 허용범위를 설정하는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즉 설정한 범위안에선 의료기기가 안전하다는 논리를 가지고 접근해야한다는 것이다.
또한 시행착오를 겪더라도 최적 3D프린팅 공정 개발에 나서 데이터를 축적해야 한다는 점과 의사, 재활·물리치료전문가 등에게 3D프린팅 기술에 대한 교육을 실시하고 협력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한다고 제언했다.
이날 최진성 협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타산업과의 융합이 가장 중요한 3D프린팅산업이 이번 메디컬데이를 통해 의료산업 발전과 도약을 이끌어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홍문종 미방위 위원장은 축사를 통해 “앞으로 3D프린팅 발전을 위해 헤쳐나가야할 일이 많은 상황에서 관련 종사자들과 사용자들이 마음껏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국회 차원에서도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한편 3D프린팅협회는 3D프린팅 신기술 확산 및 적용 활성화를 위해 교육, 의료 등 분야에서 실제 사용자의 경험과 노하우를 공유하는 ‘창의메이커스데이’를 매달 개최하고 있다. 올해는 의료 3D프린팅 발전을 위한 전문위원회 및 협력체 구성, 백서발간 등의 기반 조성과 연구 및 학술 분야의 활성화, 유통플랫폼 형성, 공모전, 거점지역 구축 등 활동에 주력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