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의 유례없는 홍수 피해가 하드디스크, 부품 등의 글로벌 공급부족 사태로 번지면서 일본 대지진 못지 않은 영향을 산업 전반에 미치고 있다.
업종별로 악영향에 대한 우려와 반사이익에 대한 기대의 교차가 재현되고 있는 것이다.
지난 7월25일 시작으로 3개월을 넘기며 이어진 태국의 홍수는 지난달까지 태국 전 국토의 2/3 침수, 사망자 300여명, 재산 피해 최대 18조원 규모의 피해를 입힌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전 세계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 생산의 최대 40%를 점유하고 있다는 태국의 이 같은 피해는 곧바로 HDD와 이를 저장장치로 채택하고 있는 다양한 전자제품의 생산차질과, 가격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
글로벌 HDD 시장 1, 2위 업체인 웨스턴디지털(WD)와 씨게이트가 태국 생산기지 가동을 중단하면서 올 4분기 전체 출하량이 전기 대비 최대 30% 감소할 것으로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국내 PC시장만해도 HDD가격이 한달 만에 배 이상 상승했다.
지난 상반기까지 테라바이트(TB)당 평균 6만원선이던 국내 HDD 시장의 소비자 가격은 태국 홍수 사태가 가격에 반영되면서 급등, 현재 12만원선으로 추정되고 있다.
가격도 가격이지만 물량 자체가 부족해 중소 PC 제조사에 상당한 부담을 주고 있다.
반면 대기업들의 사정은 조금 나은 편이다. 자체 생산 능력을 보유한 삼성전자는 HDD 생산량의 대부분을 자가 수요로 돌렸고 나머지 대형 제조사 역시 3~4개월 물량의 재고는 확보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러나 사태가 길어질 경우 이들 역시 어려움에 처할 우려가 크다.
최근 경기 상황을 감안할 때 HDD 가격 상승이 수요를 상당부분 억누를 수 있다는 것이다.
HDD값 급등과 함께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데스크톱과 노트북 가격을 이미 3% 가량 올린 상태다.
만약 PC 시장이 HDD에 발목이 잡혀 연말 대목에도 장기침체에 빠질 경우 안그래도 실적이 부쩍 떨어진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업계 역시 간접적인 타격을 받을 수 있다.
태국 지역에 집중돼 있는 일본계 자동차 업체의 생산기지도 상당한 이슈다. 태국 지역에 생산기지를 둔 혼다 등 일본 자동차 업계는 상당기간 차질을 피하지 못할 전망이고 이에 비해 동남아권에 대한 의존도가 적은 국내 완성차 업체의 반사이익도 기대되고 있다.
태국에 생산기지를 둔 일본 메이커의 생산이 잇따라 중단된 가운데 홍수 피해가 장기화 될 경우 태국에서 부품을 조달하던 동남아시아와 인도 생산기지까지 영향을 받아 일본 완성차 업계가 예상 이상의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소비시장 측면에서도 동남아 시장 전체를 움켜쥐고 있던 일본 메이커에 비하면 판매비중이 2% 이하에 그치는 현대·기아차 등 국내 완성차 메이커의 피해는 경미한 수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대지진 여파가 아직 채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엔고와 세계 경기 침체에 더불어 부품조달과 저가 소비시장까지 흔들리는 일본 차업계의 악재가 그와 경쟁하는 국내 자동차 업계로서는 내심 반가운 일이다.
실제로 증권가에서는 이번 태국 홍수 사태의 ‘최대 수혜주’로 자동차주를 꼽는 목소리가 많다.
이 외에도 태국을 주 산지 중 하나로 하고 있는 천연고무의 가격 급등과 일본 식품·조미료 업체 아지노모토의 생산기지 침수설 역시 합성수지를 생산하는 LG화학, 금호석유 등 석화사와 CJ제일제당에 적지 않은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